천재 봉테일, 괴짜 영화광이라는 릴리 콜린스의 표현이 딱이다. 이 괜찮은 영화, 극장에서 맘 편히 볼 수 있을까.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가 12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첫 공개됐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지난 달 1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공개된 후 약 3주 만이다.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가 옥자를 이용하려는 기업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넷플릭스와 플랜B 엔터테인먼트·루이스 픽처스·케이트 스트리트 픽처스 컴퍼니가 공동 제작, 넷플릭스가 제작비 600억원을 전액 투자했다.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폴 다노·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스티븐 연·릴리 콜린스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과 안서현·변희봉·윤제문·최우식 등 한국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쳤다.
"넷플릭스의 전폭전 지원 아래 마음껏 만들었다"는 봉준호 감독은 원없이 자신의 능력을 쏟아 부었고, '옥자'는 '동물보호'라는 주 메시지와 큰 그림 안에 태평양을 넘나들며 미국과 한국을 하나로 연결지었다. 미자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옥자, 기업의 횡포 아래 미국 뉴욕으로 강제 출국 당하는 옥자의 고행길이 주요 배경이자 사건으로 나뉜다.
결과적으로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오프닝으로 단 5분 만에 몰입도를 높인 '옥자'는 클라이막스와 엔딩까지 관객들의 감정을 쥐고 흔든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의 감각은 죽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에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소재들을 꽤 많이 배치했다. 10년 전과 후라는 시간적 이동과 한국과 미국이라는 공간적 이동, 동물을 사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기업(미란다)과 이를 저지하려는 단체(ALF), 물질 만능주의와 동물 보호 등 한 몸처럼 움직이는 옥자와 미자(안서현)의 관계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전쟁이다.
개연성도 충분하다. 옥자가 왜 거대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애완동물처럼 귀엽다고 표현되는지, 옥자와 미자가 왜 끔찍하게 서로를 생각하는지, 소녀 미자가 어떻게 화려한 액션을 펼칠 수 있는지 봉준호 감독은 단 하나의 빈틈도 놓치지 않았다. 옥자의 치명적인 뒤태와 눈동자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을 적절하게 접목시킨 시퀀스들도 눈에 띈다. 한국 인기 영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추격전, 자본의 중심 미국에서의 퍼레이드 난투극은 돈 냄새가 팍팍 난다. 600억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의미다.
'설국열차'에 이어 통역은 유머로 승화시켰고, 총·칼을 사용하지 않고도 어떻게 상대방을 골리고 제압할 수 있는지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신박하다. 유치하지만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똥꼬발랄한 아기 슈퍼돼지는 깜짝 선물.
물론 스토리를 풀어 나가는 과정과 감정선이 루즈하게 느껴져 어느 정도의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예측된다. 또 비판할 때는 따끔하게 비판하면서 보여주는 사실적인 장면들이 상당한 만큼 동물 애호가들은 관람 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전망.
'옥자'가 칸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후 외신들은 '옥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비교됐고, 가디언지는 "디지털 효과는 장관이고 비주얼은 아름답다. 이 작품을 아이패드용으로 줄이는 건 끔찍한 낭비다"고 전한 바 있다.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한편 '옥자'는 시사회 직후 전국 6개 권역 7개 대표 극장에서 사전 예매를 오픈했다. 빅3 멀티플렉스는 제외다. NEW 측은 "개봉 1주 전까지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전국 극장들과 상영관 규모를 순차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우선 현재까지는 100여개 개인 극장들과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옥자'는 6월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 국내 배급사 NEW 측과 협의된 극장에서 동시 개봉한다. '옥자'가 모든 악재를 뚫고 관객들에게만큼은 러블리한 영화로 기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