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준의 일부 팬들이 안티팬으로 돌아선 데 이어 이번엔 팬클럽 사이트들이 줄줄이 폐쇄 직전이다. 팬사이트가 악플을 다는 용도로 사용되더니 이젠 보이콧을 하겠다는 글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식 팬카페 중 하나인 '주니스트'는 임원진이 공석이다. 팬의 사랑을 듬뿍 받고 활동했던 1세대 톱 아이돌의 씁쓸한 추락이다.
문희준 개인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는 새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시글이 점점 줄더니 8월 한 달간 올라온 글은 21개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문희준을 향한 비난과 원망이 담긴 글이다. 자체적으로 폐쇄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공식 팬카페 '주니스트'는 임직원이 자리를 내려놓았다. 팬카페를 관리하던 임직원이 빠지면서 유령 팬카페로 전락했다. 공연 및 굿즈 등 팬클럽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문희준과 팬클럽 임원진이 직접 관리해 왔다. 데뷔 20주년 공연 관련 비난이 쇄도하면서 모든 화살이 임원진에게 향하자 결국 부담감과 압박감에 임원진이 자리를 포기했다. 임원진이 공석이지만 이를 지원하는 팬도 없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팬사이트 운영이 되지 않는다.
팬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건 지난 2월 열린 데뷔 20주년 콘서트 때부터다. 콘서트의 티켓 가격과 공연장의 규모, 공연 수준 등에 팬들은 불만을 뿜어냈다. 문희준이 당초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20회 한다고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팬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그러나 소극장 규모에서 공연을 하면서 티켓 가격은 대형 공연장 사이즈의 값인 약 13만원으로 책정됐고, 20회 공연 중 15회 이상 가사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무대에 오른 문희준의 모습에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당시 예비 신부인 소율이 속했던 그룹 크레용팝의 신곡 안무를 팬들에게 따라 추도록 요구한 점도 원성을 샀다. 사적인 이벤트를 위해 팬들을 이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혼 자금 준비를 위해 공연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문희준은 "가장 속상한 이야기가 문희준이 20주년 콘서트로 결혼 자금을 만들었다는 말이네. 그리고 문희준은 팬을 ATM으로만 생각했다? 단 한순간조차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너무 속상하네"라며 "팬들을 제일 먼저 생각해 왔고 팬들밖에 없었고 음악에 열정 또한 가득했던 가수 문희준의 20년을 왜곡하진 말아 줬으면 해 부탁할게"라고 글을 쓰며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팬들의 보이콧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해명에도 팬들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지난 5월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H.O.T. 갤러리에서 '문희준 지지 철회 성명서'를 게재했다. H.O.T 갤러리는 지지를 철회한 이유로 ▲팬을 대하는 태도 ▲명백한 거짓말로 팬과 대중을 기만 ▲무성의한 콘서트 퀄리티 ▲멤버 비하와 재결합 관련 경솔한 언행 ▲불법적 굿즈 판매와 탈세 의혹을 꼽았다. 그러면서 갤러리는 "문희준과 그의 팬클럽 임원진은 위 사항들에 대해서 진정성 있는 해명과 개선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H.O.T. 갤러리 회원 일동은 지금까지 H.O.T.의 5인 모두를 지지해 왔으나, 오늘을 기점으로 문희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4인의 멤버 장우혁·토니안·강타·이재원만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톱 아이돌 가수가 한순간에 팬들의 외면을 받는 비호감 연예인으로 전락했다. 오랫동안 응원해 준 팬들이 마음을 돌리니 안티팬보다 더 차갑고 무섭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희준이 눈에 보이는 특별한 노력을 하는 건 없다. 묵묵히 방송 활동만 이어 가고 있다. 소속사 측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말씀드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