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팀이 2018시즌 대비에 들어갔다. LG는 사령탑을 교체했다. 한화와 롯데도 고심 중이다. 마무리캠프에 참가할 선수들의 윤곽도 드러났다. 무엇보다 전력 보강 구상에 여념이 없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FA 자격을 얻는다. 외부 영입과 내부 단속 방침을 짜야한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두산과 KIA도 당면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끝난 해외파 김현수와 황재균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황재균은 이미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김현수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선수의 원 소속구단은 머리가 아프다. 전력 보강을 노리는 다른 팀도 천문학적인 몸값을 감당해야한다. 다른 FA 선수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복귀 선언' 황재균, '현실 직시' 김현수
황재균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했다. 6월 29일 콜업돼 데뷔전을 치렀다. 18경기에서 타율 0.154·1홈런에 그쳤다. 8월 2일 오클랜드전을 마지막으로 빅리그를 밟지 못했다. 9월 1일엔 양도지명 선수로 처리된 뒤 이튿날 마이너리그팀으로 이관됐다.
샌프란시스코 산하 트리플A 팀의 정규시즌 일정이 끝난 뒤 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재도전 의지는 접었다.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해야했다. 빅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결국 국내 무대 복귀를 결정했다. 황재균은 "좋은 경험이었고 후회하지 않는다"며 미련을 버린 모습이다.
김현수도 KBO리그 복귀가 유력하다. 그는 2015년 12월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는 타율 0.302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올해는 출전 기회가 급격하게 줄었다. 7월에는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가 됐다. 젊은 외야 유망주가 많은 팀이다. 같은 포지션(좌익수)인 신인 리스 호스킨스는 50경기에서 18홈런을 때려내며 4번 타자로 거듭났다. 다른 팀으로 눈을 돌려도 메이저리거 신분을 보장하는 계약을 하긴 어려워 보인다.
김현수의 소회에서도 '유턴'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19일 귀국한 그는 "메이저리그에 남고 싶지만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고 했다. 2년 전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드러났던 의지는 사라졌다. 낯선 벤치 신세를 오래 겪으면서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스플릿 계약 의지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는 '로망(Roman)'을 좇지 않는 모습이다. KBO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저 "에이전트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출전을 향한 갈증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주가 상승', 여전히 높은 가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초라하다. "단 한 경기라도 뛰고 싶었다"던 개인의 목표를 이뤘을 뿐이다. 해외파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이 붙을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할 타율, 25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뛴 98경기에서 타율 0.285 10홈런 55타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3루수는 타격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다. LG와 kt, 그리고 원소속구단 롯데는 이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실제로 영입설이 두 번이나 불거졌다. 황재균은 9월 12일 잠실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롯데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오해를 샀다. 강타자 보강이 절실했던 LG의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통상적인 인사만 했다"며 계약설을 부인했다. 20일엔 한 매체를 통해 kt와 100억 규모의 계약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kt 구단은 "검토 중이지만 아직 외부 FA 영입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황재균도 "아직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다. 발표될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두 차례 영입설은 그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대변한다.
김현수도 마찬가지다. 2년 동안 자존심을 구겼지만 콘택트 능력만큼은 여전히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576타석에 나서며 뛰어난 투수들을 상대했다. 값진 경험이다. 현저히 빠른 공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도 있다.
FA 시장 최대 '변수'
황재균과 김현수는 FA 시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몸값은 두 선수가 미국 무대로 떠나기 전 책정된 금액과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보인다. 성과가 미미한 유턴파를 향해 맹목적인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다. 과한 투자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년도 연봉의 300% 또는 200%와 보상선수도 내줘야 한다. 영입 의지가 있는 팀들은 의사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원소속구단 두산과 롯데는 고민이 커진다. 롯데는 이미 손아섭과 강민호라는 '대어급' 내부 FA가 있다. 두산도 외야수 민병헌이 자격을 얻는다. 팀의 현재 전력과 육성 기조를 모두 고려해야한다. 롯데는 황재균의 빈자리가 컸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새 얼굴이 나왔다. 두산은 김현수가 떠난 자리를 김재환이 완벽하게 메웠다. 그렇다고 실리만 챙길수도 없다. 김현수는 미국 무대로 떠나기 전 두산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에 가지 못한다면 당연히 두산에 남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잡지 않을 수 없다.
다른 FA 선수의 계약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유독 외야 자원이 풍부하다. 손아섭, 민병헌 외 이용규와 김주찬도 있다. 김현수까지 가세하면 몸값에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계약이 발표돼 기준 금액이 생기면 다른 선수와의 협상에 난항이 불가피하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선수들의 협상은 늦어지거나 무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