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처럼 바쁜 중년 여배우가 있을까. 라미란 스스로 '라미란 장르'를 개척하며 중년 여배우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중년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업계의 중력을 거슬렀다.
라미란은 지난 16일 tvN '부암동 복수자들'이 종영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이하 '막영애')'에 합류했다. 그리고 영화 '내안의 그놈'을 촬영 중이다. '막영애'가 끝나면 곧바로 JTBC '품위 있는 그녀' 백미경 작가의 신작 '우리가 만난 기적'으로 발을 옮긴다. 28일에도 tvN '막돼먹은 영애씨' 제작발표회가 끝나자마자 영화 촬영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연달아 네 개의 작품을 소화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생활 연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아줌마·중년 여배우 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업계 섭외 1순위다. 유독 극 중 '라미란' 역을 많이 맡았다. 지난 2014년에 합류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3'부터 내달 4일에 첫 방송을 앞둔 시즌16까지 극 중 라미란으로 분했다. 지난 2015년엔 '응답하라 1988'에서도 극 중 '라미란'으로 활약했다. '라미란=라미란'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은 것. 그 결과 독보적인 '아줌마'로 자리매김했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도 생선장수 역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라미란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제작발표회에서 '열일' 행보에 대해 속내를 털어놓았다. "살아야 하니까 하는 거다. 그리고 직업이다"며 몸을 낮춘 뒤 "일이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다만 보는 분들이 지칠까 봐 걱정이다. 대중이 피로도가 쌓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그런 생각도 사치다.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라미란이 중년 여배우들의 숨통을 터 주자 '제2의 라미란'을 꿈꾸는 배우들도 많아졌다. 최근 라미란과 함께 '부암동 복수자들'에 출연했던 배우 정영주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라)미란이와 22년 지기다. 먼저 중년 여배우의 활로를 터 줘서 고맙다. 미란이의 뒤를 이어 좀 더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치며 바쁜 걸 쫓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라미란은 이와 관련해, "중년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건 사실이다. '막영애'처럼 여성이 주도하는 드라마가 있고, 그 드라마에 섭외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나를 롤모델로 삼고 계신다는 분들이 간혹 있다. 그 말을 들으면 많이 걱정된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라고 인도하고 있다"며 농담 섞인 말을 전했다.
업계에서도 라미란의 '열일'은 가뭄에 단비라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중년 여배우가 설 자리는 많지 않았지만 그 자리를 꿰차며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자신만의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은 몇 안 되는 배우"라며 "라미란에 맞는 신선한 캐릭터들도 탄생했다. 중년 여배우의 희망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