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윤성빈이다. 그는 1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남자 스켈레톤 1·2차 주행에 나선다. 그리고 다음 날 3·4차 주행으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 컨디션도 좋다. 지난 13일 첫 공식 연습 주행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현재 세계 랭킹 1위자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보는 시선이 많다. 윤성빈을 제외한 모두가 견제 세력이다. 연습에서 윤성빈이 전력을 다하지 않은 이유다. 윤성빈은 여유를 부리면서도 2위를 차지했다. 랭킹 1위의 위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은 홈에서 열리는 대회다. 하지만 부담되거나 긴장되는 건 전혀 없다. 재미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의 모교인 경남 남해 이동초등학교 학생들이 윤 선수에게 쓴 응원 편지.연합뉴스
전인미답
평창에서 윤성빈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한국 스포츠의 '유일한 존재'기 때문이다.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은 그동안 수많은 금메달을 따 왔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쇼트트랙이 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 냈다. 많은 선수들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계올림픽까지 범위를 넓혀도 양궁 태권도 등 한국이 최강으로 군림하는 종목이 존재한다. 한 종목에서 많은 선수들이 세계 정상에 섰다.
썰매 종목은 다르다. 한국은 불모지다. 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한국이 정상에 선 경험은 단 한 번도 없다. 윤성빈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금메달이 유력하다.
썰매는 한국이 메달을 따 왔던 종목이 아니다. 썰매 변방의 나라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철저하게 외면받는 비인기 종목 선수로서 세계 정상 첫 대관식을 앞두고 있다. 그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국 스포츠 사상 전대미문의 영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진정 '위대한 도전'이다.
윤성민이 이 도전을 금빛으로 마무리한다면 그는 한국 스포츠의 유일한 존재로 등극하게 된다. 그 어떤 선수도 해내지 못한, 다른 선수와 비교조차 허용하지 않는, 한국의 오직 단 한 선수만이 해낼 수 있는 일. 한국은 또 한 명의 스포츠 영웅, 슈퍼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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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김연아 그리고
윤성빈과 비슷한 길을 걸으며 유일한 존재로 등극한 영웅들이 있다.
시작은 2008 베이징올림픽이었다. 한국은 박태환이라는 보물을 발견했다. 수영 후진국 한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적이 탄생한 것이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400m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으로 인해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바뀌었고, 한국 수영은 세계가 주목하는 위치에 섰다. 박태환은 유일한 존재였다. 박태환 시대가 지난 뒤 수많은 이들이 '제2의 박태환'에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등장하지 못했다. 한국은 다시 세계 수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바통을 2010년 김연아가 받았다. 피겨스케이팅 역시 한국은 불모지였다. 이런 국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등장한 건 '기적'이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최초의 피겨 금메달. 전 세계 피겨는 김연아에 매료됐고, 김연아로 인해 한국 피겨는 단번에 피겨 강국으로 주목받았다. '김연아 효과'는 대단했다. 비인기 종목이던 피겨는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됐다. 김연아 키즈들이 현재 한국 피겨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연아와 같은 세계 정상급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수는 없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도 한국 피겨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양학선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체조 역사상 첫 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한국의 영웅이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체조 남자 도마에서 경이로운 몸짓을 선보이며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체조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 역시 신화다. 양학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양학선은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체조를 지배했다. 그 이후 양학선을 이을 후계자가 등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박태환, 김연아와 같은 상황이다.
이제 2018년 평창에서 윤성빈이 나설 차례다. 박태환·김연아·양학선에 이어 한국 스포츠의 유일한 존재 등극을 기대한다. 한국 스포츠에 윤성빈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