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커녕 눈도 찾아보기 힘든 지구 남반구의 무더운 나라에서 온 도전자들이 썰매 하나에 의지해 얼음 트랙을 질주했다. 겨울올림픽 첫 출전의 역사를 쓴 '남국의 도전자'들이 올림픽 정신을 빛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종목이 1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1, 2차 주행을 시작으로 이틀간의 열전을 펼친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에 도전하는 '신성' 윤성빈(한국체대)이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도전 그 자체로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 선수들도 있었다.
가나가 낳은 첫 스켈레톤 선수인 아콰시 프림퐁은 1·2차 주행 합계 1분48초43으로 전체 30명 중 30위를 차지했다. 최하위의 성적이지만, 가나의 겨울올림픽 역사를 바꾼 프림퐁에게 결과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가나 출신 프림퐁은 8살 때 네덜란드로 건너가 육상 단거리 대표로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꿈꿨으나 부상 때문에 꿈이 좌절됐다. 대신 스켈레톤으로 종목을 바꿔 이번 평창겨울올림픽 출전에 성공, 역사적인 첫 출전의 기쁨을 안았다. 그야말로 영화 '쿨러닝' 같은 스토리다.
프림퐁은 "누구도 내가 (겨울올림픽에)나올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꿈을 이루고 역사를 만들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서 활약하는 게 내 목표"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프림퐁 못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가 또 있다. 영화 '쿨러닝'의 나라 자메이카에서 온 앤서니 왓슨이다. 이날 레이스를 통해 왓슨은 스켈레톤 종목에서 최초로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선수가 됐다.
왓슨 역시 미국에서 육상 선수로 뛰다 5년 전부터 스켈레톤으로 전향했다. 30년 전 캘거리 겨울올림픽 당시 자메이카 봅슬레이 남자 4인승 대표팀의 도전이 화제가 됐던 것처럼, 이번에는 왓슨의 도전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왓슨은 1·2차 주행에서 1분47초17을 기록, 프림퐁보다 한 단계 높은 29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