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상남자'인 줄 알았더니 이 남자, 참으로 사랑에 지고지순하다. 배우 장혁(41·본명 정용준)의 이야기다. 피트니스클럽에서 필라테스 강사였던 아내를 보고 첫눈에 반한 장혁은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묵묵하게 청일점으로 해당 수업을 들었고 드디어 고백, 6년간의 열애 끝 결혼에 골인했다. 지금은 세 남매를 둔 연예계 대표 다둥이 아빠다. 작품에도 열정이 남다르다. 지난 2월에 종영한 MBC 주말극 '돈꽃'을 통해 '추노'를 잇는 인생작을 경신했다. 복수의 화신 강필주가 돼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쫄깃한 반전 스토리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주말극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쉼을 택하지 않았다. JTBC '뭉쳐야 뜬다'에 출연해 '투 머치 토커'로 활약했고 일찌감치 차기작을 정했다. 5월 첫 방송 예정인 SBS '기름진 멜로'로 복귀한다. 쉼 없이 일해도 지치지 않는다는 장혁. 다만 아내를 향해 "육아를 많이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볼수록 자상한 남편상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①편에 이어
- 남성미의 상징이 때론 버겁게 다가오지 않았나요.
"웃긴 얘기인데 이미 얼굴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있어요. 모든 걸 다 소화할 수 있는 얼굴은 아니죠. 그건 내가 가져가야 할 숙제예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부분이 줄고 있어요. 20대 때는 확고한 게 있었어요. 예를 들어 주인공 얼굴이라는 게 있었죠. 30대도 그런 테두리가 있는데 지금은 좀 더 범위가 넓어졌어요. 장점을 가진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장점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갈 수 있으니까요. 하나의 단편적인 모습 안에서 얼마나 버무려질 수 있나가 관건이죠."
- 아빠가 배우인 것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없나요.
"아직 그런 개념이 없어요. 어리니까요. 내 입장에선 철저하게는 아니지만 배우가 되는 순간엔 배우로서 표현해야 할 것 같고 가정에 돌아왔을 때는 가장으로서 충실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이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나 열정적이냐를 나중에 아이들이 볼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 아내나 아이들을 방송에 공개한 적이 없죠.
"공개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마다 다른 거 아닌가요. 나중에 아이가 원할 때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선 남겨 두고 싶고요. 공개 안 하고 싶다가 아니라 아이의 의견이 있을 때 상황에 맞춰 가겠다는 거예요. 내 삶은 오랫동안 공개됐고 나는 이 삶에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버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아내를 공개한 적이 없어요. 그건 지켜 주고 싶어요."
- 어떤 아빠인가요.
"평범해요. 다정다감하려고 노력하죠. 아내한테도 그러기 위해 노력해요. 타고난 자체가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성격에 그런 부분이 있어요. 근데 배우란 직업을 가지고 있잖아요. 항상 호출기를 달고 있는 삶이에요. 언제 촬영을 나갈지 모르니 선뜻 무언가를 약속하기 쉽지 않아요. 마음은 항상 있는데 쉽지 않아요."
- 아이가 셋이죠. 다둥이 아빠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늘 아내에게 미안해요. 아내가 육아를 도맡아서 하는 편이거든요. 스케줄 외 남는 시간에 하려고 하는데 다른 남편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것 같아요."
- 원래 다둥이를 계획했나요.
"계획은 없었어요. 생겨서 자연스럽게 낳은 거죠. 계획을 많이 할 것 같은데 성향 자체가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 편이에요. 일하는 측면에선 계획을 세우지만, 사생활은 계획을 안 짜요. 계획을 세우면 힘들어져요."
- 장혁씨도 다복한 가정에서 자랐나요.
"형제로 자랐는데 다복하니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셋 있으니 좋아요.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만, 나중에 다 자랐을 때 정말 뿌듯할 것 같아요."
- 아내와 첫 만남은 어땠나요.
"운동하고 샤워하러 내려가는데 아내는 올라가던 상황이었어요. 보고 반했죠. 누군지 알아보니 강사였어요. 무용수들이 무용단 외에 필라테스 같은 수업을 하잖아요. 그 시간대에 수업했던 거죠. 그래서 그 수업에 들어가서 수강했어요. 적극적이었죠. 하지만 곧바로 고백은 못 했어요. 3개월 뒤에 다가갔죠. 막연하게 고백해 버리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40명 가까이 듣는 수업이었는데 청일점이었어요. 아주머니들의 열띤 관심에 일주일 동안 힘들었어요. 아마 아내는 날 보면서 '저 남자가 왜 버티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겠죠.(웃음) 여성적인 동작이 많았거든요."
- 아내는 어떤 존재인가요.
"깊이 있는 친구예요. 엄마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어요. 언젠가 나이가 들다 보면 한쪽이 부재할 날이 올 텐데 안 오면 좋겠어요. 그 부재가 너무 클 것 같아요. 아내의 부재를 못 견딜 것 같아요."
- 20년 지기 절친들과 함께한 KBS 2TV '용띠클럽'은 해 보니 어땠나요.
"20년 지기인데 어렸을 때처럼 매일 보는 게 아니잖아요. 각자 스케줄이 있고 환경도 다르고요. 그러다 보니 서로 모르는 게 많긴 하죠."
- 카메라가 도니 달라진 친구가 있나요.
"전부 다 달라졌어요.(웃음)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얘기와 할 수 없는 얘기가 있지 않나요. 표현이 공식적이게 되더라고요."
- 예능에 욕심이 있나요.
"아는 친구들이 있으면 잘 놀아요. 그래서 게스트로 가면 좋은데 모르는 사람들만 있으면 자연스럽지가 않아요. 연기하는 사람이라 어색하면 본의 아니게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를 오래 하는 게 목표라 아직 예능보단 작품이 먼저예요. 한창 작품을 해야 하는데 내 업부터 잘해야죠." >>③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