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투수가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드래프트가 거의 끝나갈 때쯤 이름이 불렸던 선수. 하지만 스타트라인에 서자마자 그 누구 못지 않은 주목을 받는다. 한화 김진욱(18) 얘기다.
유신고를 졸업한 김진욱은 올해 신인 2차지명 10라운드에서 전체 94순위로 지명된 오른손 투수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지명된 투수 박주홍, 3라운드 지명자인 내야수 정은원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동행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한용덕 신임 감독의 눈에 확실히 들어온 덕분이다.
김진욱은 "스프링캠프 명단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잔류군부터 찾아봤다. 내 이름이 없었다. 그 다음엔 2군 캠프 명단을 봤다. 거기도 내 이름이 없었다"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설마' 하면서 1군 캠프 명단을 봤더니 그 안에 내 이름이 있는 거다. 정말 깜짝 놀라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진욱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정민태 2군 투수코치의 지도 속에 스리쿼터였던 투구폼을 오버핸드스로로 바꿨다. 직구 구속이 시속 150㎞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왔다. 5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면서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 소식이 한 감독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한 감독은 결국 20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김진욱을 처음으로 1군에 불러 올렸다. "관심을 가졌던 투수라 1군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어린 투수들이 1군에 오면 크게 성장한다. 1군 무대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경기 마운드에 올렸다. 팀이 1-6으로 뒤진 9회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초구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광판에 시속 151㎞(공식 측정기록은 시속 148㎞)를 찍어 야구장을 술렁이게 했다. 김진욱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1군행을 통보 받고 설레서 잠을 못 잤고, 데뷔전을 치른 다음엔 '내가 정말 던진 게 맞나' 싶어 또 잠을 못 잤다"며 "아직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고 했다.
처음부터 '꽃길'만 걷는 선수는 거의 없다. 첫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진욱에게 성장통이 찾아왔다. 데뷔전 이틀 뒤인 22일 대전 넥센전에서 한화가 0-6으로 뒤진 5회초 1사 2·3루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를 맞고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우왕좌왕했다. 남은 주자를 모두 불러 들였고, 추가 점수도 2점 더 내줬다. 투수 강습타구에 맞은 뒤 급하게 1루 주자를 아웃시키려다 악송구도 했다.
하지만 한화 벤치는 6회와 7회에도 다시 김진욱을 내보냈다. 결과는 5회와 정반대였다. 2이닝 동안 일곱 타자를 상대로 볼넷 하나를 내준 게 전보다. 앞선 이닝에서 적시타를 허용했던 김민성과 이정후를 범타로 처리했다. 크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값진 경험을 쌓았다.
정민태 2군 코치는 "커브가 좋은 투수다. 위력이나 제구는 1군에서도 통할 수준"이라며 "공에 스피드와 힘이 붙었고, 직구 제구도 좋다. 현재 자신감도 붙은 상황이라 1군 경험을 쌓는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진욱 역시 "빠른 공 구속에는 큰 욕심이 없다. 하지만 커브는 (정 코치님 말씀대로) 정말 자신 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눈동자를 빛냈다.
배영은 기자
김진욱은
생년월일=2000년 1월 13일 출신교=망원초-신일중-유신고 키·체중=키 176cm·체중 79kg 입단=2018년 신인 2차드래프트 10라운드(전체 94순위) 지명 2018시즌 성적(23일까지)=2경기 3⅔이닝 3피안타 3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