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올 시즌 한국 축구대표팀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인물'이다.
K리그1(1부리그) 최강의 팀답게 전북은 많은 대표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팀이 차출될 때면 전북의 핵심 전력 대부분이 대표팀으로 이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됐다.
2018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전북 선수들은 대거 대표팀으로 합류했다. 지난 1월 대표팀의 터키 전지훈련에 무려 7명(김민재·김진수·최철순·손준호·이승기·이재성·김신욱)의 전북 선수들이 참가했다. 그리고 지난 3월 유럽 평가전에서도 7명(김신욱·이재성·홍정호·최철순·이용·김진수·김민재)이 소집됐다. 대표팀 수비라인은 전북의 라인이었다.
최 감독은 대표팀과 월드컵 그리고 한국 축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대승적' 마음으로 대표팀 차출을 바라봤다.
하지만 전북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7명씩 무더기로 뽑는 것은 전북 입장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표팀 차출과 유럽 왕복 스케줄 그리고 살인적인 K리그1 일정으로 인해 전북 선수들은 하나둘씩 쓰려져 나갔다. 김진수, 김민재 그리고 홍정호까지 부상을 당했다.
전북의 핵심 자원이 부상을 당하니 전북 역시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경기에서 2-3으로 패배했다. 이 역시 부상 여파로 생긴 현상이었다. 부리람전 패배로 전북에 위기기 찾아왔고, 이는 K리그1 13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3 완패로 이어졌다.
다행히도 ACL 16강 2차전에서 부리람에 2-0으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 전북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전북은 이제 다시 리그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월드컵 휴식기 전 마지막 리그 경기가 남아있었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리그1 14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였다.
올 시즌 ACL과 리그 우승을 동시에 노리는 전북이다. 2위와 승점차를 벌려놓아야 후반기에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후반기 ACL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서울을 잡고 전반기를 끝냈어야 했다. 전북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최 감독은 '에이스'를 뺐다.
전북의 중심 이재성이 선발 라인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간판 공격수 김신욱은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재성과 김신욱이 있고 없고 차이는 크다. 전북 중원과 공격의 핵이 빠지는 셈이다.
이는 월드컵 대표팀을 향한 최 감독의 '대승적 배려'였다.
최근 염기훈(수원 삼성) 권창훈(디종) 등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있다. 이에 최 감독은 대표팀이 더 이상 부상으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된 이재성과 김신욱을 뺐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김신욱과 이재성은 최근 정말 많은 경기를 뛰었다. 대표팀 유럽 일정으로 역시차에 걸리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게다가 리그도 살인인정이었고 ACL도 있었다"며 "두 선수 모두 지금이 한 번 쉴 타이밍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창훈 부상 소식에 이런 결단을 내렸다. 최 감독은 "권창훈 부상 기사를 보고 이재성 걱정이 됐다. 이재성은 원래 선발로 내보내려고 했다. 훈련도 선발로 했다. 하지만 그동안 무리를 했다고 판단해 선발에서 뺐다"며 "김신욱도 피로가 누적돼 종아리 근육이 찢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우선 나는 우리 선수들을 대표팀에 다치지 않고 보내는 게 일이다. 내일부터 신태용 감독에게 모두 맡길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올 시즌 대표팀 차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최 감독이다. 대표팀에 섭섭한 마음을 가졌을 법도 한데 최 감독은 '진정한 배려'로 대응했다.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한 아름다운 장면이다. 최 감독 덕분에 전북의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은 부상 없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최 감독은 대승적 배려와 함께 대승도 챙겼다. 이재성을 후반 13분 교체 투입했고, 이재성은 후반 18분 선제골을 넣으며 전북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3골을 더 넣은 전북은 4-0 대승을 거뒀다. 승점 34점으로 전반기를 독보적인 1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