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의 가맹점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체 가맹점주의 50%에 달하는 800여 명이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설립하고 오는 6월 30일까지 주요 공급품의 원가 인하와 내역·마진율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다른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것이다. 그런데 유독 bhc 가맹점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영업이익 1위인 bhc가 '파트너'인 가맹점보다 미국계 사모펀드의 이익과 매각을 위한 이미지 관리에만 골몰하다가 점주들의 공분을 샀다는 것이다.
쇼맨십은 있고 가맹점주는 없다?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가맹점 협의회 설립 총회에는 bhc 전국 가맹점주 1400여 명의 절반가량인 780여 명이 참석했다. 이전까지 가맹점 협의회가 공식 활동하는 업체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정도였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그나마 호식이두마리치킨의 협의회는 100명 미만이다. 최근 9년 동안 가맹점주들이 이렇게 격렬하게 집단행동을 한 건 bhc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bhc 가맹점주 B씨는 "그동안 곪고 썩은 것이 마침내 터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bhc 가맹점주들이 대대적인 집단행동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점주들은 bhc의 보여 주기식 경영 마인드를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박현종 bhc 회장이 연 기자간담회다.
당시 박 회장은 2017년 실적(매출 2400억원·영업이익 650억원)과 청년 창업 지원안, 가맹점 상생안을 밝혔다. 그는 "청년들에게 치킨집 창업을 지원해 최대 150개의 신규 매장과 600명의 고용 창출을 이끌겠다. 또 가맹점 상생을 위해 1400여 개 매장에 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가맹점들을 위한 대책은 없고 생색내기용 기자회견 멘트만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bhc의 매출은 업계 1위인 교촌치킨(매출 3200억원·영업이익 204억원)보다 적지만 영업이익은 3배 이상 많다"며 "청년 창업 지원은 결국 매장 확대로 본사 이익의 근간이 된다"고 지적했다.
B씨는 또 30억원의 가맹점 상생 지원안에 대해서도 "그 돈을 받았다는 점주가 있나. 난 못 들어 봤다"며 "타 프랜차이즈보다 비싼 원재료 공급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고작 30억원을 상생용으로 내놓는 건 조삼모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A씨는 경영진의 마인드를 지적했다. 그는 "치킨 산업에서 6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육계와 각종 오일, 소스 원재료 공급 부분 말고는 없다"며 "폐점하는 가맹점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경영진이 청년들한테 지원한다면서 매장을 더 열겠다고 회견을 하니 도대체 어떤 점주가 좋아하겠냐"고 반문했다.
재매각 움직임에도 분노… "피해는 가맹점만 본다"
bhc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TRG의 지나친 이익 추구와 재매각 움직임이 점주들의 분노를 샀다는 분석도 있다. TRG는 비싼 가격에 되팔고 최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최대 목표기 때문에 가맹점의 폐업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인수하겠다는 회사는 많지만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매각은 구체적인 회사가 나타나고 결정되면 말씀드릴 수 있다"며 매각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협의회는 이날 "잇속 채우기에 급급한 본사 행태의 밑바탕에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며 "사모펀드와 일부 경영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회사 가치를 높여 비싼 값에 팔고 철수하려는 계획에 몰두해 있다"고 비판했다.
bhc 가맹점주들이 모여 있는 SNS 채팅방 일원 중 한 명은 "회사가 돈만 많이 주면 팔리고 또 팔리는 형국이다. 외국계에 팔리면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 그 피해는 점주들만 받는다"며 "협의회의 제시안 중에 본부 매각 시 점주들의 피해 보상안도 있다"고 말했다.
뿔난 bhc 가맹점주들의 반기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조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앞서 공정위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 비용 일부를 점주에게 전가한 bhc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협의회는 본사의 광고비와 영업비 내역, 지위 남용 여부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bhc 본사 관계자는 "현장 소리를 듣고자 올해 네 차례에 걸쳐 가맹점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상생을 위해 노력 중이다"며 "협의회의 돌발적 단체 행동에 당황스럽고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