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도 출전을 거르지 않는다. 손아섭(30·롯데)의 가치는 성적으로 환산할 수 없다.
손아섭은 좀처럼 화제를 모으지 않는 선수다. 2016년 김문호, 올해 양의지·안치홍처럼 한동안 4할 타율을 기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항상 상향 평준화된 성적을 유지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으로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는다. 한 번도 논란이 없을 만큼 꾸준하게 잘한다.
손아섭은 "나는 매년 임팩트가 부족한 선수였다"고 자평했다. 어디까지나 '최고의 선수'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올해도 리그 정상급 기량을 보여 주고 있다. 79경기에서 타율 0.345(313타수 108안타)를 기록했다. 리그 6위 기록이다. 최다 안타 부문은 2위다. 매년 지향점으로 삼은 장타력 향상도 두드러진다.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홈런 14개를 쳤다. 종전 커리어 하이(20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장타를 위해 타격 지향점을 자주 바꿨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개막전부터 일정한 타격 메커니즘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는 3.41. 팀 내 1위, 전체 야수 가운데 5위다.
통산 타율(0.326)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낸다. 시즌 전엔 현역 선수 가운데 2위였다. 그러나 1위던 한화 김태균(0.325)이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자리를 탈환했다. 한 시즌에 기록하기도 어려운 숫자다. 은퇴 선수를 포함하면 2위 기록이다. 위에는 통산 0.331를 기록한 고(故) 장효조만 있다.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은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이다. 손아섭은 2015년 8월 15일 목동 넥센전부터 그동안 팀이 치른 40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결장이 없었다는 얘기다. 역대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미 342경기 연속 출장하며 이 부문 20위에 오른 적이 있다. 다시 기록을 쌓았고, 이어 가고 있다. 팀 기여도와 투지를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최근에 햄스트링 통증이 있었지만 대타로 나섰다. 손아섭은 2015년 손목을 다친 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부진한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고 했다. 그래서 몸 관리와 부상 관리에 더욱 각별히 신경 쓴다. 철저한 루틴도 생겼다. 144경기로 치른 최근 두 시즌(2016~2017년) 동안 전 경기 출장을 해낸 것을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이다"고 했다.
출장 기록에 집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분명한 것은 모든 행보가 꾸준함의 근거라는 것이다. 항상 정상급 기량을 보여 주면서, 그라운드에 빠지지 않고 선다. 뛰어난 타격 능력, 근성 등 그를 표현하는 단어는 많다. 그 가운데 한결같은 기량과 자세가 가장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