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미네 반찬'은 쿡방이지만 뻔하지 않다. '또 쿡방이냐?'는 냉소 속에서 출발했지만 시청률 4%를 넘기며 사랑받는 중이다. 기존 요리프로그램이 만들어 낸 법칙을 뒤집고 '쿡방 같지 않은 매력'을 승부수로 띄운 게 통했다. 각 잡힌 계량 대신 '요만치' '는(넣은) 둥 만 둥' '노골노골' 등 손대중·눈대중으로 요리하는 김수미의 방식이 즐거움을 준다. 여경래·최현석·미카엘 셰프가 김수미에게 배우는 방식도 신선하다. 반찬에 담긴 추억을 통한 위로가 훈훈함을 더한다.
- 처음 '수미네 반찬'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는지.
"인물을 찾고 있었다. 잘하는 콘텐츠가 있는 사람과 뭔가 해보자고 생각하던 중 동네 반찬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반찬을 다룬 프로그램이 없었다. 쿡방이든 먹방이든 메인 요리는 많이 다루지만 밑반찬은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더라. '한 번도 없었다'는 것에 꽂혔다. 바로 '누가 할까' 생각해봤더니 김수미 선생님이 떠올랐다."
- 김수미 선생님은 어떻게 설득했나.
"소속사에 기획안을 드렸다. 그리고 '김수미 선생님이 안하신다면 이 프로그램은 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이후 선생님이 한 번 보자고 하셨다. 반찬을 메인으로 끌고 간다는 기획의도가 좋으셨다고 말하셨다. 또 반찬마다 이야깃거리를 녹인다는 것도 좋아하셨다. 선생님도 '사람들이 반찬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게 맞아떨어져서 시작하게 됐다."
- 매회 아이템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선생님이 오래 전에 낸 요리책이 있고 최근에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이 있다. 그걸 기본으로 제철 식재료와 밑반찬 리스트를 적어놨다. 이를 보고 선생님과 얘기하면서 선생님이 '나 그거 잘해' 하시면 하고 '안 만들어 봤다'고 하시면 안 한다."
- 굉장히 열정적이시더라.
"열정이 끝이 없는 분이다. 방송에서 쓰는 식자재도 선생님이 원래 사는 곳에서 산다. 가끔 전화해서 깎아주시기도 한다. 방송에서 만드시는 것도 가족에게 먹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반찬할 때, 반찬 얘기할 때 정말 행복해 보인다. 녹화 전날에는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쉬시라고 당부드렸는데, 다른 밑반찬을 해오신다."
- '요만치' 등의 표현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선생님 요리는 먹어봤지만 요리를 가르치는 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실지 몰랐다. 그런데 선생님도 그냥 하시던 대로 '요만치 넣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걸 장동민이 잘 캐치해서 극대화해줬다. 김수미 선생님이 레시피 없이 요리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게 잘 표현돼 만족스러웠다."
- 장동민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김수미 선생님과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의견을 조율했다. 선생님이 아예 모르는 사람은 배제하고 친분이 있는 후보군을 갖고 있었다. 한 명씩 사진을 보여주며 친하냐고 여쭤봤다.(웃음) 장동민과는 KBS 2TV '나를 돌아봐'에서 친하게 지내셨다더라. 선생님이 지칠 때 웃겨서 활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장동민은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잘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