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는 한국시리즈(KS) 1, 2차전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볼넷 1개를 골라냈지만 삼진이 3개. 출루율(0.111)과 장타율(0.000)의 합인 OPS가 0.111다. 무려 11안타를 몰아쳐 7-3으로 승리한 2차전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이후 "문제는 박건우다. 어디에 갖다 놓을 타순이 없다"고 말했다. 질책의 의미가 강하진 않았지만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박건우는 김 감독이 믿고 내는 '3번 타자'다. 올해 529타석 중 약 90%에 해당하는 472타석을 3번에서 소화했다. '3번 박건우-4번 김재환-5번 양의지'는 고정 라인업에 가깝다. 높은 출루율(0.373)을 바탕으로 기회를 만들고 상황에 따라 직접 해결하는 능력(득점권 타율 0.373)까지 갖췄다. 정확도까지 수준급이라 테이블 세터와 4, 5번 중심타선을 연결하는 적임자였다. 올해 3번 타순에서 때려 낸 안타가 144개로 나성범(NC·157개)에 이어 리그 전체 2위. 여러모로 쓰임새가 좋았다.
그러나 KS 무대에서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타이밍이 거의 맞지 않았다. 1차전에서 삼진 3개와 땅볼 2개. 2차전에선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8회 볼넷을 골라냈다. 초구 파울 이후 연거푸 볼만 4개를 던진 신재웅의 컨트롤이 출루로 연결됐다. 처음으로 1루를 밟았지만 기대했던 안타는 나오지 않았다. 4번 김재환(3안타)과 5번 양의지(2안타) 6번 최주환(3안타)이 모두 멀티히트를 때려 냈다는 것을 고려하면 부진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박건우가 터졌다면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 갈 수 있었다.
타격 성적만 봤을 땐 최주환이 3번을 맡는 것이 이상적이다. 최주환은 KS 2경기에서 모두 6번으로 나와 타율 0.714(7타수 5안타)로 폭발했다. 두산 타자 중 타격감이 가장 뜨거워 클린업트리오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최주환을 3번으로 올리는 것도 문제다. 아직 대대적인 변화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도 큰 틀에서 타순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클린업트리오의 선봉을 맡아 주고 있는 박건우.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할 변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