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은 지난 26일 열린 취임식에서 손아섭을 새 캡틴(주장)으로 선임했다. 강민호·이대호 등 실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선수들이 맡던 자리에 리그 대표 '근성맨'이 합류했다. 투수와 타자를 아우르던 강민호, 카리스마형 이대호 등 모두 각자의 개성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손아섭은 어떨까.
기대 요인은 세 가지다. 일단 양 감독이 손아섭을 선임한 이유에 기인한다. 양 감독은 "가장 적극적이고 투지가 넘친다. 롯데는 더 활기찬 팀으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특유의 투지를 확인시켜 줬다. 귀감을 받은 후배도 많다. 리더의 언행은 다른 이들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현장 지도자들은 파트를 불문하고 '싸움닭' 기질을 갖춘 선수를 원한다. 전력에 비해 실속이 없던 롯데에는 꼭 필요한 기질이다.
두 번째는 소통과 카리스마 리더십이 동시에 기대되는 선수라는 점이다. 접근법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손아섭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 "다들 프로 선수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절감해야 한다. 좋은 얘기도 반복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내가 나태하지 않고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후배들도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후배에겐 "하고 싶은 대로 하라.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라"며 사기를 북돋우려고 노력한다. 선배는 물론이고 후배에게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선수다. 다른 분야의 스포츠 선수도 이를 주시한다.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선수다. 유연한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젊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는 데 심리적으로도 문제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손아섭의 캡틴 체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이대호 시대와 대비할 수 있다. 그는 수년 동안 롯데의 대표 선수로 여겨졌다. 해외 무대에 진출해 있을 때도 그랬다. KBO 리그 복귀 이후 치른 지난 두 시즌(2017~2018년)에도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1987~1989년생, 현재 중고참급도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해 봐야 한다. 대들보가 있는 팀도 위기 극복에 어려움을 겪는다. 손아섭을 필두로 비슷한 연차의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대호처럼 존재감이 큰 선수가 있는 팀일수록 배턴터치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장을 경험한 선수가 늘어나는 것은 팀에 결코 손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