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53) 감독 특유의 낮은 음성이 더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겼다. 취재진 브리핑이 끝난 뒤 홍보 팀장에게 한 말이다. 대화 내용은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감독이 주축 선수의 부상 조치 현황을 보고받지 못한 채 언론을 통해 확인한 상황. 그마저도 사실과 달랐다. 10구단 KT의 행정은 여전히 꼴찌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해 신인왕이자 현재 KT 주축 타자인 강백호(20)가 지난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파울 타구를 포구하는 과정에서 손바닥 부상을 당했다. 불펜과 그라운드 경계 담장에 있는 그물망 시건 너트에 손이 쓸린 것. 출혈이 있었다. 피부뿐 아니라 근육까지 손상됐다. 수술이 불가피했다.
이튿날 오후 1시30분 경, 구단이 각 매체에 부상 현황을 알렸다. "강백호가 조금 전 중앙대병원에서 전신마취 뒤 우측 손바닥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사흘에서 나흘 정도 입원할 예정이다"고 했다. "신경 손상은 없었고 복귀까지는 3∼4주가 걸릴 것이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메시지를 보냈다. 조금 상세하게 다시 알린다며 말이다. 선혈이 손을 적셨다. 이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복귀 일정으로 보였다.
같은 날, 오후 5시 원정 감독 브리핑이 시작됐다. 이 감독의 표정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다른 불쾌감이 혼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선수가 수술을 받았다는 '과거형' 보도를 부인했다. 이 감독은 "나는 수술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집도의의 수술 스케줄이 밀려 아직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는 말도 했다. 이미 수술을 받았고, 복귀 소요 시간까지 나온 것은 기사를 통해 확인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복귀까지)4주면 땡큐 아니겠는가. 전날 트레이너에게 들은 보고에 따르면 근육이 손상됐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복귀를 하려면 8주 정도는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구단이 최초에 전한 두 가지 사실이 모두 틀렸다. 홍보팀 관계자는 "수술 시작은 오후 4시50분경이다"고 정정했다. '받았다'는 수술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재활 기간도 8주라고 했다. 이마저도 억지로 짜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최초 검진은 3~4주 소요였지만, 주축 선수의 완벽한 완치를 바라는 이 감독의 의중과 트레이너이 소견을 반영해 기간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이 설명을 하던 시점은 강백호가 수술실에 들어간 지 25분에 불과했다. 사후 뒤 소견, 향후 재활 계획을 두루 반영한 뒤 기간을 발표해야 했다. 8주 조차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브리핑이 끝날 때까지 '나는 듣지 못했다'는 말을 세 차례 했다. 향후 대처 계획, 마무리투수 이대은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전해진 가장 명확한 메시지는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 부재였다. 취재진과의 브리핑이 끝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이 감독은 이내 멈춰서더니 홍보 팀장에게 "잠깐 보자"는 말을 한 것이다.
홍보팀은 운영팀에 최초 정황을 들었다. 전했을 뿐이다. 운영팀은 선수, 지도자와 가장 가까이 호흡한다. 트레이너 한 명이 강백호와 동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시작도 하지 않은 수술이 이미 끝난 것처럼 발표됐다. 심지어 감독에게는 보고도 들어가지 않았고, 사실 관계마저도 틀렸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소통 문제가 강백호 부상 건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평소 이 감독의 성향을 감안하면 단 한 번의 실수로 의미심장한 말과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보고 받지 못했다"는 감독의 말이 사실 전달이 아닌 누군가를 향한 경고로 들리는 건 과한 해석이 아니다. 전임 감독들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업계의 설이 드러난 사건이다.
사직구장 시설 관리 문제로 주축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다. KT는 피해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장의 분투와 엇박자를 내는 운영 시스템이 드러났다. 신임 감독 첫 해, 신뢰 구축은 필수다. 이런 일은 선수단 장악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런트가 노력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