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투수' 브록 다익손(25·롯데 자이언츠)이 친정 SK 와이번스에게 비수를 꽂았지만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다.
다익손은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5이닝 동안 안타 7개, 볼넷 2개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막았다. 투구 수는 100개. 6회 말 불펜 투수 박시영과 교체되면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 만난 친정팀 SK와 대결을 마무리했다.
키 2m5㎝, 몸무게 117㎏로 체격이 당당한 다익손은 높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내리꽂았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였다.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을 섞어 옛 동료들이었던 SK 타자들을 상대했다.
1-0으로 이기고 있던 1회 말 캐나다 출신으로 친했던 SK 4번 타자 제이미 로맥에게 적시타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롯데가 2회 초 안중열의 솔로홈런과 3회 초 제이콥 윌슨의 스리런포로 4점을 추가하면서 다익손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익손은 차분하게 2회 말과 3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4회 말 1사에서 최항에게 안타, 김성현에겐 볼넷을 내주고 노수광에게 적시타를 맞아 1실점했다. 그러나 5회 말 로맥부터 5번 정의윤, 6번 김강민 등 주축 타자들을 뜬공을 잡았다.
다익손은 지난달 3일 SK에서 웨이버 공시됐다. 12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는데도 말이다. 우승을 노리는 SK는 구속이 잘 올라오지 않는 다익손 대신 강속구(시속 150㎞ 이상)를 던지는 헨리 소사(34)를 데려왔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경험한 다익손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 일부 SK 팬들은 여전히 다익손을 응원하고 있다. 다익손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 놀라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행히 다익손은 방출 7일 만에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는 제이크 톰슨이 팔 근육을 다쳐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었다. 소사를 놓친 후, 다익손이 시장에 나오자 교체를 결정했다. 한국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다익손은 새로 팀을 옮긴 후, "반드시 잘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지난달 13일 LG 트윈스전에 롯데 선발로 나와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6월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5이닝 3실점했지만 2자책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승리는 따지 못했다. 6월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맞이한 SK와 대결이었다. 다익손은 투구 전, SK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공 한 구 한 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다익손은 경기 전 "SK전도 똑같은 한 경기"라고 했지만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익손은 역투했지만 롯데 불펜진은 다익손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7회 말 불펜 박시영이 로맥에게 솔로홈런(19호·홈런 2위)을 허용했고, 이어 나온 구승민이 이재원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7-6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8회 말 고효준이 무사 1, 3루에서 한동민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내주면서 7-9로 역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