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을 게시한 구자철. 그는 영상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이번 중동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밝혔다. 사진=구자철 유튜브 캡처 "도전이죠. 계속 도전하고… 아, 끊자. (울컥)올라오려고 해."
6일 오후, 축구선수 구자철(30·알 가라파)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슛별친 슈팅스타'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KOO 오피셜]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독일을 떠나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들'. 하루 전 카타르 스타스리그(1부리그) 알 가라파와 2년 계약을 맺고 공식 입단한 그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담긴 13분34초짜리 영상이었다.
2007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한 뒤 2010년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이후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치며 9년 가까이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해 온 구자철은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중동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현역 무대도 유럽에서 중동으로 옮기면서 구자철의 선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중동이나 중국 리그를 선택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잘 알고 있었기에, 구자철은 스스로 유튜브를 통해 이 사실을 팬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자철은 이 영상을 통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나쁘지 않은 조건을 제시 받았다. 재계약과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동안 중동팀에서 영입 제안이 계속 왔지만 거절해왔다. 분데스리가 상위권 팀에서 1, 2년이라도 도전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자신이 꿈꿨던 목표가 있었음을 밝혔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한 구자철은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며 "중동팀에서 계속 제안해온 것이 감사하다. 어디로 가든 축구를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눈물을 보인 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얘기를 하던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는 구자철은 "나는 정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쉽게 자라온 선수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자존심을 버리고 계속 노력하고 도전해왔고 그래서 유소년에 대한 관심도 많다"며 "유튜브도 많은 후배들에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철의 진심어린 이야기가 담긴 이 영상은 축구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틀이 채 되기 전에 조회수 5만6000회를 훌쩍 넘겼다.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전하기 위해 소통 창구로 개설한 유튜브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보급하는 '유튜버'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축구 관련 콘텐츠도 범람하는 가운데, 구자철처럼 선수가 직접 유튜버로 나서 팬들과 소통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울산 김보경의 유튜브 채널 KBK Football TV. 사진=김보경 유튜브 채널 캡처 축구계에서 유튜브 열풍을 주도한 이는 김보경(30·울산 현대)이다. 김보경은 지난 3월 자신의 이니셜을 따서 'KBK Football TV'라는 채널을 개설하고, 지금까지 26개의 동영상을 올려 1만87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K리그 뒷이야기는 물론 훈련일지를 통해 트레이닝 방법을 가르쳐주고, 각종 이벤트로 편안히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호날두 노쇼' 사태가 벌어졌던 유벤투스와 친선경기 이후 직접 유튜브를 통해 뒷얘기를 전하는 등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전북 이용 역시 유튜브 채널 용언니를 개설했다. 사진=이용 유튜브 캡처 하승진(농구) 곽윤기(쇼트트랙) 등 은퇴 선수들이 유튜버로 나선 사례는 많지만 현역 선수들이 유튜브를 통해 '팬서비스'에 나서는 모습은 흔치 않다. 그러나 축구계에선 김보경과 구자철의 뒤를 이어 국가대표 수비수 이용(33·전북 현대)도 유튜브 채널 '용언니'를 개설하고 올스타전 이후 인터뷰 영상을 올리는 등 유튜버 대열에 합류해, 앞으로 '유튜브 열풍'이 더 활발해질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