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수 감독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성남 일화 등 프로 무대 감독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U-20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안 감독은 지금 대학 무대에 빠져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선문대 지휘봉을 잡았다. 프로를 떠나 아마추에 무대에 발을 디딘 안 감독. 훨씬 더 바쁘고 훨씬 더 의미 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선문대는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제55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후원 현대자동차)' KBS N배에서 파란을 일으킨 팀이다. 선문대는 우승후보돌을 연파하며 결승에 안착했다. 조별리그를 가뿐히 통과한 선문대는 16강에서 대학축구 전통의 강호 고려대를 2-0으로 격파했다. 8강에서 인천대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뒤 4강에서 또 하나의 강호 연세대를 2-0으로 누르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불운이 따랐다. 26일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결승. 선문대는 건국대를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반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 매섭게 건국대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전반 32분 선문대 김병호가 고의적 파울을 저지르며 퇴장을 당한 것이다. 선문대는 수적열세에 놓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건국대와 싸웠고, 한 명이 적음에도 경기를 압도했다. 90분 경기는 0-0으로 끝났고,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선문대는 투혼과 투지를 선보이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결과는 4-5 패배. 선문대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안 감독은 좌절보다 희망을 제시했다.
경기 후 만난 안 감독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퇴장도 게임의 일부분이다. 중요한 시합일 수록 냉정해야 한다는 것 역시 선수들이 배웠을 것이다. 진 것은 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과보다는 앞을 봐야한다. 이번 준우승을 토대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하지 못했지만 소득은 많다. 안 감독은 "우리가 준비를 잘 했다. 운도 따랐다. 이기는 과정에서 옳은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무대를 밟은 지 약 1년6개월이 지났다. 안 감독은 어떻게 지냈을까. 그는 "많은 고민을 했다. 대학축구가 가야할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프로에서는 몰랐던 부분을 아마추어에서 많이 알게됐다. 프로는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잘 운영을 하면 되는데 대학은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행정부터 스카우트, 그리고 아이들의 취업까지 내가 다 해야 할 일들이다. 이 안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대학 선수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기에 진심을 다해야만 한다. 안 감독은 "아이들 장래가 걸린 일이다. 많은 선수들이 축구를 더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또 취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대학축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실패하지 않고 좋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소년 축구를 시작한 것. 이 역시 아이들을 향한 진심이 담긴 일이다. 안 감독은 "유소년 축구를 시작했다. 80명에서 90명이 된다. 우리 선수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선수들에게 많지는 않지만 급여를 지급한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유소년 축구센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축구를 계속 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학축구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 안 감독은 "대학축구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한국 축구에서 대표팀이 발전해야 한다. 대표팀이 잘 되야 축구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들도 대표팀을 목표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아마추어 축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2020년을 기점으로 학생수가 줄고, 저변이 없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걱정이 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다.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