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오른손 투수 잭 플래허티(24)의 후반기 페이스가 가파르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의 '추격자'로 떠올랐다.
플래허티는 9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5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시즌 10승(7패) 고지를 밟았다. 볼넷 1개를 허용했지만,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냈다.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은 시즌 세 번째. 196탈삼진을 기록해 데뷔 첫 200탈삼진 고지를 눈앞에 뒀다. 피안타율(0.203)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03)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을 2.99까지 낮춰 본격적으로 사이영상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전반기 성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부진에 가까웠다.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6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다. 4월 17일 밀워키 원정에선 2⅔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기에 180도 다른 모습이다. 빈틈이 없다. 등판한 11경기에서 거둔 성적이 6승 1패 평균자책점 0.76(71⅓이닝 6자책점)이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전체 1위. 7월 3일 시애틀전 이후 11경기 연속 평균자책점을 떨어트렸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고작 0.90에 불과하다. 최근 7경기로 범위를 더 좁히면 평균자책점은 0.57로 더 낮다. 그 결과 피츠버그전을 기점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에 진입했다. 기세만 봤을 땐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 불을 지폈다. 선두주자 류현진(LA 다저스)이 최근 4경기 연속 부진에 빠진 사이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 맥스 슈어저(워싱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등이 간격을 많이 좁혔다. 오히려 '류현진이 역전을 허용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러나 어느 선수 하나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해 혼전이 거듭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플래허티의 후반기 활약은 사이영상 레이스의 판도를 바꿀 동력 중 하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요즘 페이스가 가장 무서운 게 플래허티다. 후반기에 너무 좋다"며 "후반기 평균자책점 1위인데, 매 경기 수치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플래히터까지 (사이영상 레이스에) 들어오면 난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어떤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할 순 없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투표 결과가 갈릴 것"이라며 "아무래도 비슷한 성적이 나오면 후반기 기록이 좋은 투수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플래허티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4번 지명을 받았다. 사이닝 보너스만 200만 달러(23억8000만원)를 받은 최고 유망주 출신이다. 96마일(154.5km/h)을 넘나드는 빠른 공에 슬라이더와 너클 커브 등을 다양하게 섞는다.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서서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찼고, 올 시즌 에이스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를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올린 원동력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