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 시상식. K리그1 감독상을 수상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이 권오갑 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올 시즌 K리그1(1부리그)는 전북 현대의 우승으로 끝났다.
전북이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역사적인 3연패를 일궈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그리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연패를 일궈낸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 이은 두 번째 3연패 팀으로 등극했다. 또 총 7회 우승으로 성남과 함께 K리그 최다 우승팀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은 K리그 '명가' 반열에 올라섰고, K리그 리딩클럽, K리그 얼굴이 됐다. 전북의 위대한 행보다.
하지만 7번째 우승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2009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2011년·2014년·2015년·2017년·2018년·2019년까지 7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감독상은 모두 전북에 안겼다. 최강희 전 감독이 6회 수상했고, 올 시즌 호세 모라이스 감독이 감독상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해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는 수상하지 못했다. 2009년 이동국이 첫 MVP에 등극한 뒤 2011년·2014년·2015년까지 모두 이동국이 차지했다. 전북 황금기의 시작을 알린 이동국의 당연한 수상이었다. 이동국은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전북의 '상징'이 됐다. 이동국이 주축이 된 전북의 공격진은 리그 최강으로 군림했다. 이동국에 이어 2017년 미드필더 이재성이 MVP를 거머쥐었다. 이 역시 당연한 수상이었다. 이재성은 전북의 또 다른 '상징'으로 성장했고, 전북을 넘어 K리그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인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2015 MVP 이동국과 2017 MVP 이재성. IS포토 하지만 이동국과 이재성 이후 전북은 MVP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동국이 첫 MVP를 탄 지 10년이 더 흘렀다. 천하의 이동국도 세월의 흐름과 싸워 이길 수 없었다. 이동국은 조금씩 주전에서 서브 멤버 역할에 집중해야 했다. 이재성은 K리그를 접수한 다음 시즌인 2018년 중반 독일 홀슈타인 킬로 이적했다. 전북의 상징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 전북의 상징이라 불릴 만한 선수가 등장하지 못했다. 전북의 상징은 곧 K리그 최고의 선수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유력한 후보 김신욱이 있었지만 그 역시 올 시즌 중반 중국 상하이 선화로 떠났다. 로페즈는 K리그 최고의 외인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최근 K리그에서 떠오른 외인과 비교해 2% 부족했다. 또 로페즈를 제외한 외인은 거의 다 실패하고 있는 형국이다. 올 시즌 MVP 후보로 오른 문선민 역시 도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K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히기에 모자랐던 것이 사실이다.
11시즌 동안 7회 우승한 전북. 그들을 바라보는 눈들이 높아졌다. K리그 최강의 팀이라면 최고의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전북의 우승은 이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전북 선수보다 더욱 강렬한 활약을 하는 선수, 최강 전북을 위협하는 선수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2년 동안 전북은 최강의 팀이었지만 K리그를 호령한 최고의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득점왕을 차지한 경남 FC의 말컹이, 올 시즌에는 울산 현대 김보경에게 MVP가 안겼다. 전북 공격진보다 압도적인 득점력을 자랑한 말컹 돌풍에, 그리고 최강 전북을 마지막까지 괴롭힌 울산의 에이스 김보경에게 MVP를 양보해야 했다. 실제로 올 시즌 MVP 득표수를 봐도 김보경이 압도했다. 김보경은 감독 투표 12표 중 5패·주장 투표 12표 중 5표·미디어투표 101표 중 43표를 받았다. 환산점수 100점 중 42.03점을 받았다. 문선민(전북)은 24.38점을 받으며 2위에 그쳤다. 22.80점을 얻은 3위 세징야(대구 FC)와 큰 차이가 없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은 K리그 최강의 스쿼드를 꾸렸고, 각 포지션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압도적인 선수, 강렬한 선수가 2년 연속 등장하지 못했다. 올 시즌 득점 순위만 봐도 10위 안에 전북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로페즈가 11골로 11위다. '제2의 이동국'이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북 최전방 공격진의 무게감은 그만큼 떨어졌다. 이재성이 떠난 미드필더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K리그를 호령한 전북의 위용이 조금 사그라든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울산의 매서운 추격을 허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3연패에 성공했지만 전북은 어쩌면 올 시즌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여기서 멈춘다면 전북의 시대 역시 내년에 멈출 수 있다. 다음 시즌 전북의 시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특급 선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기존 선수 내에서 폭발하는 선수가 등장해야 한다. 문선민이 군에 입대하는 변수도 대비해야 한다. 전북답게 K리그 최고의 선수를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 우승과 함께 이동국, 이재성을 잇는 MVP를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성남은 7회 우승에 7번 모두 MVP를 배출했다. 1993년 이상윤·1994년 고정운·1995년 신태용·2001년 신태용·2002년 김대의·2003년 김도훈·2006년 김두현이 MVP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