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정규리그 막바지, 4위 진입을 위해 젖먹던 힘까지 짜내야 할 판인 토트넘과 곧 시작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앞둔 벤투호에 비상이 걸렸다.
손흥민(28·토트넘)이 부상을 당했다. 부위는 3년 전 그를 고생하게 했던 오른팔.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는 18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지난 일요일 아스톤 빌라와 경기 도중 오른쪽 팔이 부러져 이번 주에 수술을 받게 됐다"며 "수술 이후에는 재활 때문에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갈 길 바쁜 토트넘으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부상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손흥민이 부상을 당한 건 토트넘의 발표대로 16일 열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아스톤 빌라 원정 경기 때다. 당시 손흥민은 전반전 킥오프 후 채 1분이 되지 않은 시간에 상대 수비수와 강하게 충돌해 넘어졌다. 쓰러지는 순간 오른팔로 땅을 짚었는데, 전반전이 끝나고 통증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후반전에도 그대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바로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시즌 15·16호골(리그 8·9호골)과 EPL 개인 통산 50·51호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을 작성했고, 또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로 팀에 짜릿한 3-2 승리를 안겼다. 그러나 그 대가로 오른팔 골절이라는 부상을 얻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이 부위가 2017년 6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원정 경기를 치르다 부상을 당했던 오른팔이라는 점이다. 손흥민은 그 때 오른팔 전완골부 요골 골절 판정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고, 약 2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은 물론 현재 리그 5위(승점40)로 4위 첼시(승점41)를 바짝 추격 중인 토트넘 입장에선 한숨이 절로 나오는 악재다.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상황에서, 5경기 연속 골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어가던 손흥민마저 잃게 된 조세 무리뉴 감독의 심정은 착잡하다. 3년 전과 비슷한 회복 기간이 걸린다고 가정하면, 손흥민의 복귀까지는 약 2개월 정도를 내다볼 수 있다. 올 시즌 EPL 최종전이 5월 17일인 점을 감안하면 시즌 막판 복귀 희망도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낙관적인 홍보 담당자 의견처럼 손흥민이 시즌 막판 2~3경기 정도 뛸 수 있다면 좋겠다"며 "하지만 나는 손흥민의 복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부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건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3월 A매치 기간에 재개되는 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 손흥민 카드를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벤투호는 오는 3월 26일 투르크메니스탄과 5차전 홈 경기를, 이어 3월 31일 스리랑카와 6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앞서 4경기서 2승2무를 기록한 한국은 현재 H조 2위(승점8)로 레바논, 북한(이상 승점8)에 골득실에서 앞서있는 상황이다. 북한-레바논전 2경기 연속 무승부로 주춤하는 바람에 2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H조 1위(3승2패·승점9)를 기록 중인 투르크메니스탄과 5차전에서 다시 조 1위로 복귀한다는 것이 벤투호의 계획이었다.
물론 2차예선 상대들이 손흥민 없이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울 만큼의 강팀들은 아니다. 손흥민이 뛰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자리를 메울 훌륭한 자원들이 있고, 또 손흥민이 뛰지 않더라도 이겨야 하는 경기들이다. 손흥민 한 명 없다고 투르크메니스탄에 고전하고 스리랑카에 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부임 이후 부득이한 사정이 없을 때는 늘 손흥민을 소집 명단에 올릴 정도로 그에 대한 두터운 믿음을 보여온 벤투 감독에겐 분명 커다란 고민을 안겨주는 소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