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이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에 '최초'의 발자국을 새기게 됐다. 물론 개최국인 일본 입장에서도, 주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입장에서도 썩 달가운 기록은 아니다.
일본과 IOC가 올해 7월 24일 개막 예정이던 2020 도쿄 올림픽을 연기하는데 합의했다. 구체적인 개막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연내 연기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도쿄 올림픽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124년간 이어져 온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최초로 제 때 개최되지 못하고 연기된 올림픽으로 남게 됐다.
올림픽 취소는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모두 5번의 전례가 있다. 여름 대회의 경우 1916 베를린 올림픽과 1940 도쿄 올림픽, 1944 런던 올림픽이 취소된 바 있고 겨울 대회는 1940 생 모리츠 겨울 올림픽, 1944 코르티나 담페초 겨울 올림픽이 취소됐다. 사유는 모두 전쟁 때문이었다. 즉, 도쿄 올림픽은 최초로 연기된 올림픽이자, 전쟁 외 요인인 전염병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못한 첫 번째 올림픽으로 기록에 남는다. 이전에도 2010 밴쿠버 겨울 올림픽(신종 플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지카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때문에 개최에 위기를 겪은 대회는 있었으나,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에 결국 일본과 IOC도 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극단적으로 올림픽 취소론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일본과 IOC가 끝까지 정상 개최를 주장하다 결국 연기에 합의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최악의 결과인 취소는 일단 피했지만, 연기 결정도 쉬운 건 아니었다. 양쪽 모두 이번 대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은 물론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없이 보도된 것처럼 눈앞의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경제적 손실은 곧바로 아베 정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통해 개헌을 노렸던 아베 총리의 계획은 1년 연기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던 '부흥 올림픽' 시나리오가 연기돼,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통해 정치적 주도권을 유지하려던 아베 일본 총리의 밑그림도 틀어졌다.
정치적인 부분 외에도 잃은 것은 많다.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초기 대응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이 외신들을 통해 제기되며 국제사회의 불신을 얻게 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자국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를 요코하마항에 격리하는 등 불안한 조치로 구설수에 올랐고, 들쑥날쑥한 확진자 수에 제대로 된 정보 공유가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더해져 국가 이미지 제고에 악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겠다던 목표도 흔들리고 있다. 예정된 개최 일자에 비해 늦춰진 데다 제대로 된 훈련을 상황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겹쳐, 그동안 엘리트 체육에 투자해왔던 노력에 비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IOC 역시 잃은 것이 많다. IOC가 그동안 정상 개최 의견에 힘을 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중계권료를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점 약화되어가는 올림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과 달리 올림픽을 즐기는 이들의 수요가 줄고, 지지층은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은 IOC가 맞닥뜨린 가장 큰 고민거리다. '글로벌 메가 이벤트'로서 가치가 감소하면 올림픽 개최의 메리트도 사라진다. 가뜩이나 올림픽 개최 후 빚더미에 앉은 개최 도시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개최지 입후보 도시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도쿄 올림픽 연기로 개최 도시가 입게 될 타격은 IOC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