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가 돋보이는 KT 타선에 유한준(39)이 테크닉을 덧칠하고 있다. 그 덕분에 KT 타선은 다양성을 갖게 됐다.
유한준은 7일 광주 KIA전 5회 초 타석에서 신기에 가까운 타격을 보여줬다. 그의 타석은 이 경기의 첫 번째 승부처였다. 3-2로 앞선 KT는 무사 1·2루에서 로하스가 우전 적시타를 치며 1점을 추가했다. KIA는 선발투수 임기영을 내리고, 고영창을 투입했다. 후속 타자 강백호는 삼진.
5번 타자 유한준이 타석에 들어서자 이강철 KT 감독은 판을 흔들었다.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런앤드히트 작전을 냈다. 투수가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KIA 포수 한승택은 타자 쪽으로 붙어 앉아 몸쪽 승부를 주문했다. 그러나 고영창의 투심 패스트볼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향했다. 목표점을 크게 벗어나는 제구 실수. 1루 주자 로하스는 이미 2루로 뛰고 있었다. 유한준이 공을 때리지 못하면, 로하스가 아웃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유한준의 묘기가 나왔다. 지면에 거의 닿을 만큼 낮은 공을 우전안타로 연결한 것이다. 마치 스쿼트를 하는것처럼 몸을 낮춘 뒤 기어코 배트에 공을 맞혔다. 왼 다리로 중심을 유지했고, 왼손으로 꽉 쥔 배트는 투구에 밀리지 않았다.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우전안타.
유한준은 프로에서 14시즌을 뛴 베테랑이다. 1465경기에 출전해 1449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타율은 0.303. 2015년에는 최다안타왕에 올랐다.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인 올해도 15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는 펀치력을 유지하고 있다.
5월에는 허벅지 내전근 부상 탓에 결장이 많았다. 6월 7일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고, 이후 출전한 24경기에서 타율 0.306를 기록했다. 득점권 30타석에서는 10안타·4볼넷·12타점을 남겼다.
류한준은 지난해 6월부터 KT의 4번 타자를 맡았다. 올 시즌 초 그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거포 기대주 강백호(21)가 4번 타자로 안착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력한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3번 타순을 선호한다. 부상 복귀 후 유한준은 자연스럽게 5번 타자에 자리했다.
유한준은 콘택트 능력이 좋고, 작전 수행력이 뛰어나다. 공격 성향이 강한 앞 타순의 타자들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타격을 해낸다. 그의 타격은 이강철 KT 감독 스타일에도 잘 호응한다.
지난해 KT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은 적극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편이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이 많은 KT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이강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타석이나 누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못하더라. 다소 소극적인 편이서 오히려 더 자주 작전을 냈다"고 말했다.
당시 후배들에게 교본이 된 선수가 유한준이다. 감독은 볼카운트와 예상 공배합까지 고려해 작전을 낸다. 주자의 발이 빠르지 않을수록, 타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7일 '스쿼트 스윙'은 그의 진가를 압축해 보여준 장면이었다.
황재균·로하스·강백호 등 유한준 앞 타순에 있는 선수들은 장타자이면서도 주루 능력이 있다. 이들이 출루하면 벤치는 여러 작전을 걸 수 있다. 야전 사령관은 단연 유한준이 있다. '힘'으로 불 붙은 타선에 '기교'라는 부채질을 더하는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