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와 삼성의 경기가 25일 오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윌리엄스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있다 광주=정시종 기자 맷 윌리엄스(55) KIA 감독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오늘'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걱정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29일 기준으로 비로 연기된 KIA의 경기는 모두 8번이나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정규시즌 개막이 늦은 터라 KIA의 후반기 일정이 부담스럽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다른 팀보다 많은 경기를 치르면 순위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 오늘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정과 어조 모두 차분했다. 비로 연기된 28·29일 광주 KT전을 두고 윌리엄스 감독은 "오늘에 집중한다"는 유독 말을 많이 했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반응을 보인다. 지나버린 과거, 불확실한 미래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선수단과 미디어에 보내고 있다.
KIA는 67경기에서 37승 30패(승률 0.552)를 기록하며 KBO리그 5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KIA가 중하위권에 머물 거라고 전망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에이스 양현종이 부진하고, 김선빈 등 부상 선수들이 많이 나온 상황에서도 KIA는 안정감 있게 주행 중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들뜨지 않았다. 현재는 '지나간 오늘'이 모여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즌이 종료됐을 때) 팀이 어떤 위치에 있고 싶은지 묻는다면, 난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우리 선수들이 매일 경기장에 올 때 뭔가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오늘 준비하고,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계획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윌리엄스 감독은 특히 선수단 체력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이동 거리, 경기 시간 등을 두루 고려해 훈련 스케줄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획은 계획일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윌리엄스 감독은 주간 또는 월간 단위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그는 "이기든 지든, 경기를 치르지 못하든 일단 오늘 할 일을 한다. 내일을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선수의 기록과 명성에도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건 선수의 '어제'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의 '오늘', 즉 현재의 기량과 컨디션에만 관심이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캠프부터 꽤 오래 KIA 선수들을 봐왔지만, 여전히 선수들을 탐구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매일 새롭다. (KBO리그에서 첫 시즌을 치르지만) 난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유리한 면"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이름값 있는 스타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큰 동기 부여다. 다른 감독들이 리빌딩을 외치며 먼 미래를 지향하는 동안, 현재의 집중하는 윌리엄스는 무한 경쟁을 통해 리빌딩을 시도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경기 전, 야구장 계단을 열심히 오르내린다. 체력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루틴이다. 홈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뿐 아니라 다른 8개 구장도 모두 정복했다. 그의 루틴은 오늘에 충실한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KIA 선수들도 이제 사령탑이 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다. 윌리엄스 감독은 "클럽하우스에 있는 한 명, 한 명이 오늘의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매일 이길 순 없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경쟁력 있는 경기를 하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언젠가부터 KBO 감독들은 미래와 육성 얘기를 아주 많이 한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감독이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의 말은 영화 '아저씨'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