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K리그에 또 하나의 역사가 탄생했다. K리그 역대 10번째 '50-50 클럽' 가입자가 등장한 것이다.
주인공은 울산 현대 공격수 이근호. 상주 상무와 K리그1(1부리그) 13라운드에 출전해 후반 42분 이동경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울산은 5-1 대승을 거뒀다. 1도움을 신고한 이근호는 K리그 통산 73골50도움을 달성했다.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 후 대구 FC, 상주 상무,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 FC 그리고 울산까지 여러 팀을 거치며 해외리그를 뺀 K리그에서 13시즌, 297경기를 뛰었다. 어느새 그의 나이는 35세. 베테랑이 됐다.
그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보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팀을 위한 축구'다. 압도적인 폭발력과 화려한 스킬은 없었어도 성실함과 헌신 그리고 투지의 아이콘이었다. 꾸준함을 앞세워 팀을 위해 경기를 뛰는 전형적인 선수였다. 경기 외적으로도 모범이 되는 자세로 많은 축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간혹 이근호를 향한 축구 팬들의 호불호가 갈린 적은 있다. 하지만 이근호를 마다하는 지도자는 없었다. 지도자가 주문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근호를 지도한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훈련 태도, 팀 동료들에 대한 존중 등 팀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칭찬했다.
강렬하고 화려하지 않기에 이근호의 50-50 클럽 가입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근호에 앞서 50-50 클럽에 가입한 이들은 강렬하고 화려했다. 신태용, 김현석, 데니스, 김은중, 이동국, 에닝요, 몰리나, 염기훈, 황진성까지 득점왕 혹은 도움왕을 거머쥐며 그라운드를 수놓은 K리그의 간판 스타들이다. 이들과 비교해 이근호는 2013년 K리그2(2부리그) 상주 소속으로 득점왕에 오른 것이 전부다.
올 시즌 존재감은 더욱 줄어들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 회복 후에도 주니오, 이청용 등 K리그1에서 가장 화려한 스쿼드를 갖춘 울산에서 도드라지기 힘들었다. 이번 상주전 1도움이 이근호의 올 시즌 첫 번째 공격포인트였다. 이런 이근호에게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50-50 클럽 가입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그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한 이근호의 행보가 만들어낸 소중한 역사다.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 이근호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다. 지금도 베테랑의 품격을 이어가고 있는 이근호다. 박수 받아야 마땅하다.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모습에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
이근호는 주목받지 못한 50-50 클럽 가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받았고, 골을 넣기 위해 도와준 동료, 어려운 패스를 잘 넣어준 고마운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게 감사하고 기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언가 했다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개인적인 기록을 세웠지만 앞으로의 목표는 우승이다. 울산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고 즐겁게 축구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