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모두가 놀란 '깜짝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삼각' 트레이드로 세 선수가 팀을 동시에 옮겼다. 1대1 트레이드조차 잘 성사되지 않는 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임팩트가 꽤 컸다. SK 외야수 김동엽(30)이 삼성, 키움 외야수 고종욱(31)이 SK 유니폼을 입었다. 삼성 포수 이지영(34)은 키움으로 이적했다.
선수를 주고받은 세 구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레이드를 통해 가장 큰 효과를 본 구단은 키움이다. 삼성에서 이지영은 강민호의 백업 포수였다. 팀내 입지가 좁았던 그는 키움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즐기고 있다. 박동원과 출전 시간을 양분하며 공·수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 키움을 한국시리즈(KS)로 이끈 주역 중 하나가 이지영이었다. 특히 SK와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로 맹활약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두산과의 KS에서도 타율 0.300(10타수 3안타)로 뛰어난 타격을 보였다.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계약에 성공하며 키움에 잔류했다.
그의 활약은 올 시즌에도 다르지 않다. 14일까지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208타수 64안타)를 기록했다. 제이크 브리검과 이승호가 선발 등판하는 경기는 이지영이 마스크를 쓴다. 손혁 키움 감독은 박동원, 주효상을 적절하게 투입해 안방을 관리 중이다. 삼성에 있을 때보다 이지영의 출전 횟수가 늘었고, 팀 공헌도도 커졌다. 선수와 구단 모두 윈-윈 트레이드다.
김동엽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동엽은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거포다. SK에서 뛰었던 시절에는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보다 힘이 더 좋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탄탄한 체격(186㎝·101㎏)에서 나오는 파워가 엄청나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장타로 약점을 만회한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인 지난해 타율 0.215, 6홈런, 25타점으로 부진했다. 출전수도 60경기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삼성이 기대했던 김동엽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14일까지 7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1, 12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8월 이후 29경기 타율은 0.389(90타수 35안타). 최근 10경기 타율이 무려 0.452(31타수 14안타)에 이르렀다. 13일 잠실 LG전에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5안타를 몰아쳤다. 어느새 팀 내 홈런 2위, 타점 공동 3위까지 올라섰다. SK 시절보다 홈런은 줄었지만, 삼성에 필요한 거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고종욱은 기복이 심하다. SK에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3할2푼대 타율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성적이 심각하게 고꾸라졌다. 62경기에 출전해 타율이 0.243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54명 중 52위. 빠른 발이 강점이지만 올해 도루 성공은 한 번뿐이다. 출루율이 0.284로 낮기 때문에 뛸 기회조차 잡는 게 어렵다.
SK는 지난 6월 외야수 노수광을 한화로 트레이드했다. 노수광은 고종욱과 같은 왼손 타자로, 발 빠른 외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염경엽 감독이 SK 사령탑에 오른 뒤 노수광은 고종욱에 밀려 출전 빈도가 확 줄었고,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됐다.
염경엽 감독은 넥센(현 키움) 감독 시절 고종욱을 주전으로 중용,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낸 기억이 있다. 노수광 트레이드는 '고종욱을 흔들림 없이 기용하겠다'는 시그널로 보였다. 그러나 고종욱의 성적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고종욱을 영입하면서 김동엽을 포기해 팀의 강점이었던 '홈런 타선' 해체를 공식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