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체들이 아직 추석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고객들을 위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점포·지역에 따라 추석 연휴 시작일인 30일까지도 배송이 가능하다.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 내내 당일 배송을 하겠다는 업체도 등장했다. 과거 일부 업체가 이벤트성으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행사는 올해가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선물로 정성을 표현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연휴까지 택배 근로자들의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휴 배송도 OK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9일까지 9만원 이상의 신선식품 선물세트 구매 시 '바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로 배송은 주문 후 3시간 이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서울 전 지역 배송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본점 등 10개 점포에서 29일까지 익일 배송 서비스로 추석 선물세트를 접수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으로 배송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점포별로 반경 5㎞ 이내 지역에 한해 선물세트를 구매 당일 보내주는 명절 임박 배송 서비스도 운영한다.
이마트는 오는 30일까지 은평점·창동점·용산점 등 38개 점포에서 추석 선물세트의 근거리 당일 배송을 하고, 롯데마트도 같은 서비스를 선보인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은 29일까지 새벽 배송이 가능한 일부 추석 선물세트의 주문을 받고 30일까지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배송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더욱 적극적이다. 오는 10월 1일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 기간에도 당일 배송을 내걸었다.
위메프는 오는 10월 4일까지 '마트당일배송관'에서 '추석 장보기 위크'를 열고 추석 선물을 특가에 오픈, 기존 3시간 당일 배송 서비스도 진행한다.
11번가 '오늘장보기'에서는 당일 배송이 가능한 이마트몰·홈플러스·GS프레시몰의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내달 4일까지 3개 사의 일부 휴무 매장 외 각 매장영업일에 당일 배송이 가능한 상품들을 모아 판매한다. 11번가에서 주변 매장을 선택 후 상품을 골라 원하는 배송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신한·현대·KB국민·NH농협 등 4개 카드사 장바구니 쿠폰과 함께 묶음 할인쿠폰 2종을 추가로 제공한다.
쉬는 날 없는 택배 기사
유통 기업들의 배송 전쟁을 두고 일부에서는 택배 기사들의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당일 배송은 연휴에도 택배 기사가 쉬지 않고, 잠을 못 자고 일하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23일 "매주 72시간씩 일을 하고 코로나19로 앞으로도 택배 물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갑자기 명절을 앞두고 전에 없던 연휴까지 근무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불만에도 택배 근로자들은 급증한 물량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근무 형태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택배 근로자들은 사업주로부터 일을 받지만 근로 계약은 맺지 않는 일종의 프리랜서이다. 독립적이고 자율성이 보장되는 근로 형태를 위해 도입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맡은 구역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사실상 불이익이 돌아온다. 한 택배사는 택배 기사들의 당일 배송률을 평가해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기도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택배 근로자들의 과한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택배업계, 대책위(시민사회) 간의 택배 노동자 문제를 협의할 기구 혹은 TF를 구성해서 실태점검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나아가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