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듀오(Dream Duo). 스페인 매체 AS는 올 시즌 맹활약 중인 토트넘 공격 콤비 손흥민(28)과 해리 케인(27)의 ‘찰떡 호흡’을 이렇게 표현했다.
두 사람은 1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2골을 합작했다. 올 시즌에만 8골을 합작했다. 웨스트햄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면서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7골(시즌 8골)을 넣었다. 에버턴의 도미닉 칼버트-르윈과 득점 공동 선두다. 케인은 이 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케인 콤비의 발끝은 경기 시작과 함께 번뜩였다. 케인이 후방에서 찔러준 롱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오른발 감아차기로 웨스트햄 골문을 갈랐다. 기록은 전반 1분이었지만, 실제로는 45초 만에 골이 터졌다. 전반 8분에는 손흥민이 케인을 도왔다. 왼쪽 측면에서 볼을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정면의 케인에게 패스했다. 케인은 수비 둘을 뚫고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아쉽지만 3-3으로 비겼다.
손흥민-케인은 토트넘의 역사를 새로 썼다. 두 사람은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2015년 이후 28골을 함께 만들었다. 구단 레전드인 테디 셰링엄-대런 앤더튼 콤비(27골 합작)를 제쳤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합작한 콤비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통산 36골의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파드(전 첼시)가 1위, 29골인 티에리 앙리-로베르트 피레스(전 아스널)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다비드 실바(전 맨체스터 시티)가 공동 2위다. 손흥민-케인 콤비는 이번 시즌 2위까지는 무난히 올라설 것 같다. 아직 33경기가 남았다. 영국 축구 통계업체 옵타는 “전설적인 공격 콤비로 이름을 올린 손흥민-케인은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이’(Telepathic)”라고 거론했다.
손흥민-케인 콤비는 올 시즌 ‘완전체’ 업그레이드한 양상이다. 두 차례(2015~16, 16~17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골잡이 케인이 ‘특급 도우미’로 변신한 게 계기다. 앞선 네 시즌은 손흥민이 케인의 조력자 역할을 주로 했다. 20골을 합작했는데, 손흥민 어시스트로 케인이 넣은 게 13골이었다. 갈수록 상대 수비진의 견제가 심해지자. 케인이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올 시즌 플레이메이커로 변신했다. 골 대신 어시스트에 주력했다. 케인은 올 시즌 데뷔 후 최다인 어시스트 7개다. 리그 도움 선두다.
지난달 22일 사우샘프턴전은 ‘도우미’ 케인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 경기였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4골을 넣었는데, 모두 케인의 패스가 출발점이었다. 올 시즌 두 사람이 합작한 8골 중 케인 도움에 손흥민 마무리가 6골이다. 영국 BBC는 “케인이 2선으로 물러나 플레이할 수 있는 이유는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케인과 손흥민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존재다.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주고받을 수 있고, 상대 수비를 분산하는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둘의 절묘한 호흡은 긴 시간 쌓아 올린 두터운 신뢰에서 나온다. 손흥민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케인과 단단한 사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람은 평소 훈련장 출퇴근도, 공항 가는 길도 동행한다. 손흥민은 “케인과 5년 이상 함께 했다. 서로를 잘 이해한다. 훈련과 전술 분석 때도 계속 대화한다. 연습이 완벽함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에서 토트넘으로 임대 이적한 개러스 베일은 후반 27분 교체 투입됐다. 7년 5개월 만의 친정팀 복귀전이었는데 공격포인트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