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해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시상식으로 꼽히는 미국의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 당당히 후보로 등록됐다. 방탄소년단은 K팝의 새 역사를 썼고, 세계 대중음악사에서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이들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긴장의 발표 순간 방탄소년단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온라인 생중계 한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 발표를 지켜봤다. 공식 트위터에는 멤버 RM, 지민, 뷔, 정국이 쇼파에 앉아 발표 순간을 지켜보는 영상이 올라왔다. 숨죽인 멤버들은 그래미에서 흘러나오는 멘트에 귀를 기울이다, 방탄소년단이 호명되자 벌떡 일어났다. 후보 발표에 정국은 "BTS~"를 외치며 박수쳤고, RM과 지민은 온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뷔는 놀란 눈으로 영상을 보다 이내 울컥한 표정을 보였다. 제이홉은 "그래미로 떠나요~"라며 신나게 걸어가는 영상과 올리고 팬과 기쁜 감정을 공유했다. 이달 초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슈가는 "아침 일찍 재활이 지쳐 기다리다가 잠든 나란 놈"이라면서 "재활을 더 열심히 할 명분이 생겼군요. 감사합니다 아미! 오늘은 즐깁시다"라고 눈물 이모티콘으로 감격했다. 멤버들은 공식 트위터에도 "힘든 시기,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주신 건 아미 여러분입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며 음악 팬들에 영광을 돌렸다.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오른 부문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이다. 듀오/그룹 또는 컬래버레이션 팝 싱글 또는 트랙만 이 부문 후보에 오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핫100 1위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당당히 들었다. 함께 오른 후보들 중 유일하게 피처링 없이 자신들만의 노래로 노미네이트 됐다. '다이너마이트'는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J Balvin, Dua Lipa, Bad Bunny & Tainy)의 '언디아'(UN DIA), 저스틴 비버·퀘이보(Justin Bieber Featuring Quavo)의 '인텐션스'(INTENTIONS),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Lady Gaga with Ariana Grande)의 '레인 온 미'(RAIN ON ME), 테일러 스위프트·본 이베어(Taylor Swift Featuring Bon Iver) '엑사일'(EXILE)과 경쟁한다.
이들의 성과에 동료들의 축하도 이어지고 있다. NBC '더 투나잇 쇼' 진행자인 지미 펄론은 "첫 번째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 너네가 해냈구나"라며 지민과 하트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 CBS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는 트위터 계정에 '파파 모찌'라며 지민의 별명인 모찌를 붙였다. 진행자 제임스 코든은 "첫 번째 후보가 된 것을 정말 축하해. 나는 우리의 아미들과 함께 정말 행복해하고 있어"라며 12월 30일(현지시각) 출연할 방탄소년단을 예고했다. '다이너마이트' 작곡에 참여한 제시카 아곰바르는 "그래미 후보다! 와우 방탄소년단 우리가 해냈어"라며 폭탄과 하트 이모티콘으로 자축했다. DJ 스위블(DJ Swivel)은 "방탄소년단이 끝내주는 음악으로 그래미 후보가 됐어. 끝장났다고 모두들"이라며 격한 축하를 보냈다. 그는 2017년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과 다수의 곡을 함께 작업했다. 소셜 미디어 중 하나인 텀블러는 공식 계정에 "마침내, 방탄소년단 그래미"를,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그래미 메이저로의 첫 걸음"이라고 적었다. 라디오 디즈니는 "우린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후보가 된 이후 적은 리액션을 정말 좋아해"라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귀여워했다. 소니뮤직은 "우리는 이제 '그래미 후보 방탄소년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함께 기뻐했다. 방탄소년단은 소니뮤직의 자회사인 컬럼비아 레코드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3대 시상식 석권 방탄소년단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BBMAs)을 시작으로 미국 3대 시상식 도장깨기에 돌입했다. 'BBMAs'가 2011년 신설하고 6년 간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를 받아온 저스틴 비버를 제치고 4년 연속 트로피를 안은 것은 물론, 2019년엔 '톱 듀오/그룹'(Top Duo/Group) 부문도 수상했다. '2020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AMAs)'에서는 '팝/록(Pop/Rock) 장르 페이보릿 듀오/그룹(Favorite Duo/Group)'과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 상을 받았다. 'AMAs'에서만 3년 연속 수상이며, 2019년엔 '투어 오브 더 이어(Tour Of The Year)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그 중에서도 그래미 입성은 까다로웠다. 가장 큰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지만, 비영어권 아티스트와 흑인들이 많은 힙합 장르에 배타적 태도를 취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세계를 사로잡았을 때도 그래미는 후보에서 배제했다. 노래를 함께 부른 가수 할시(Halsey)는 "방탄소년단은 많은 (그래미) 후보에 들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인정받지 못한 것이 놀랍지 않다"며 "미국은 전체적인 변화에 매우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롤링스톤, 포브스, CNN도 "미국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는 문화적 사각지대를 다시 드러냈고, 슬프게도 대중음악 트렌드와 소통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방탄소년단의 후보 지명 제외는 음악산업의 현실과는 강렬히 대비된다. 그래미는 늘 그렇듯이 시대에 뒤처져 있다. 이제 글로벌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솔직히 인정할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탄소년단은 지난 1년간 더욱 강해져 돌아왔다. 코로나 19로 우울에 빠진 전세계에 '다이너마이트'로 긍정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빌보드 핫100 1위에서 롱런했고 뮤직비디오는 3개월만에 6억뷰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인기에 그래미도 후보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을 터. 방탄소년단은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무대에 섰고, 올 초 열린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으나 수상자 후보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수상 후보 명단은 2019년 9월~2020년 8월 발표된 음악을 대상으로, 음반 산업 종사자 협회인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 회원들이 선정했다. 아시아 팝페라 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상 심사위원이 된 임형주는 당시 '다이너마이트' 인기에 "이제 차트 성적이 그들의 가치를 입증해주기엔 오히려 부족해보일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데뷔 기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자랑스럽다" "다시 1위 복귀? 내 기억 속 역대 빌보드 기록들을 떠올려 봐도 극히 드문 일이다. 이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100배 더 극대화한다 하여도 부족할 정도"라고 감탄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신기하고 감격스럽다"라며 "노미네이트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미 여러분께 감사하다.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하니 더 기쁘다.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기고 기대된다"라고 후보 입성을 넘어 수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또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에 존경과 감사를 담은 인사를 트위터에 영어로 적었다.
상장사 빅히트도 활짝 빅히트는 그래미 후보 발표가 있은 25일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1.53%(3000원) 오른 18만 4000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10분여가 지난 현재 상승 폭은 줄었다.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11월 들어 긍정적 반응이 나오며, 지난 20일엔 19만원 대까지 주가가 올랐다. 3분기 실적이 국내 엔터 회사 중 가장 좋았고, 방탄소년단이 컴백한 효과로 보인다. 최근엔 외국인 매수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팬덤 확대와 유통망 확보로 외형과 수익성의 성장이 두드러진다"며 목표주가 27만원을 제시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직후의 수급 부담이 일부 완화되는 점도 긍정적"이라면서 "당장 내년 1월까지는 추가로 풀리는 기관 물량이 없는데다, 다음달에는 국내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KOSPI200 편입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0월의 주가 급락세는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계속된다. 빌보드가 25일 발표한 최신 차트(11월 28일 자)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핫100에서 14위를 기록, 역주행을 이끌어냈다. 발매와 동시에 한국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포함, 3차례나 정상에 오른 후 3개월가량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라디오 차트 중 하나인 팝 송차트에선 한 단계 뛰어 오른 6위에 들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최신 차트(11월 23일 자)에서도 글로벌 톱 50 3위에 랭크,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일 발매한 새 앨범 'BE (Deluxe Edition)'는 일주일도 안 돼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 음반은 지금까지 이들이 선보인 정규 시리즈 앨범과는 다른 형태의 앨범으로,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솔직한 감정, 나아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우리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이틀곡 '라이즈 고즈 온(Life Goes On)에선 열심히 달리다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원치 않는 상황과 마주했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전 세계 공감대를 형성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하고 K팝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그래미 수상 후보가 되며 대중음악사에 새 역사를 썼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석권이라는 대기록에 성큼 다가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