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9)는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는 자택 시설에서 타격훈련을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고 친분이 있는 타격코치가 달려와 훈련을 돕기도 했다. 추신수 국내 에이전트 갤러리아SM 송재우 이사는 "추신수는 예년처럼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월 초 몸을 만들어 1월 말 타격 훈련을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추신수는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텍사스와의 7년 1억 3000만 달러(1450억원) 계약이 끝났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지만, 그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2~3년 더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다.
송재우 이사는 "MLB 스프링캠프가 언제 열릴지 모른다. 예년처럼 2월 중순 캠프를 시작할 수 있고, 코로나19 상황을 봐가며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 어쨌든 추신수는 평소 루틴대로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초 추신수는 10년간 함께한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결별하고, 제프 보리스를 새 대리인으로 맞이했다. 이젠 큰 계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 선수의 입장을 잘 살피는 에이전트의 도움이 필요해서였다. 실제로 몇몇 MLB 팀이 보리스를 통해 추신수 영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26일 신세계그룹(이마트)이 SK 야구단을 전격 인수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쇼핑과 야구 콘텐트를 아우르는 새로운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SK는 지난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1순위)에서 추신수를 선택했다. 당시 추신수는 5년 넘도록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MLB 입성을 앞두고 있었다. 따라서 SK가 가진 추신수 지명권은 실효성이 없어 보였다.
시간이 더 흘러 추신수는 MLB에서 크게 성공했다. 부산 출신인 추신수는 과거 "외삼촌(박정태)이 활약했던 롯데에서 뛰는 게 어릴 적 꿈"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추신수가 고향 팀도 아닌 SK에서 뛸 이유는 매우 낮아 보였다. SK로서도 추신수를 데려와 롯데에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추신수 지명권은 신세계그룹에 넘어갔다.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추신수의 FA 계약이 끝난 시점에 그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이마트 야구팀이 '그랜드 오픈'할 때 추신수만한 간판이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SK 선수단 전체를 인수했기에 새로 선보일 얼굴도 마땅치 않다. 추신수는 기량과 상품성에서 새 구단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물론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신세계그룹이 추신수를 원한다면, 그를 충분히 설득해 이마트 유니폼을 입게 할 수완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이마트가 추신수를 영입해 1년 동안 뛰게 한 뒤 2022년 롯데로 트레이드하는 것이다.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정한 '1년 이내 트레이드 금지' 규정을 지키면서, 추신수의 꿈을 응원하는 방법이다. SK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마트 입장은 다를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이마트의 경쟁업체 롯데마트를 직접 방문해 "많이 배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매번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그에게 '추신수 영입 1년 후 롯데 트레이드'라는 그림은 아주 허황한 건 아니다.
14년 동안 얽혀 있던 특별지명 실타래를 푸는 건 쉽지 않다. 추신수와 이마트, 심지어 롯데 야구단까지 이해관계자가 많다. 이를 풀어내기만 한다면, 2012년 박찬호 복귀 못지않은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박찬호는 2010년 MLB에서 은퇴 후 2011년 일본 오릭스를 거쳐 이듬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상황과 상관없이 추신수는 MLB 팀과의 계약을 우선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지난해(추신수는 33경기 타율 0.236, 홈런 5개)를 끝으로 빅리그에서 퇴장하는 걸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송재우 이사는 "추신수가 지난해 9월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인대 염좌를 다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MLB 커리어를 그렇게 마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재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FA 시장의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 현재로서는 추신수의 MLB 잔류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마트의 야구단 창단이 어떤 '나비효과'를 만들지 모른다. 예년처럼 추추트레인은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