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협상을 중단하고 MLB 진출에 도전하는 양현종. IS포토 양현종(33)이 광주를 떠나 광야로 떠났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허허벌판에 섰다.
양현종은 지난달 3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사무실에서 조계현 KIA 단장을 만나 메이저리그(MLB) 도전 의사를 전달했다. 자유계약선수(FA)인 그는 이미 1차 데드라인(1월 20일)을 넘겼다. 이어 자신의 정한 두 번째 데드라인(1월 30일)에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놨다. MLB 구단의 계약 제안이 없는 상황에서 KIA와의 협상을 중단한 것이다. 에이스의 복귀를 기다렸던 KIA 구단과 팬들은 깜짝 놀랐다.
양현종의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는 "MLB 구단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건 없다"고 전했다. 양현종이 KIA와 계약했다면 2021년 최고 연봉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지난 4년간 연봉 25억원을 받았던 이대호(롯데)가 새로 계약하면서 올해 연봉이 8억원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현종은 돌아올 다리를 불사르며 MLB 도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양현종은 이미 MLB 보장 계약(25인 로스터)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KBO리그 현역 최다승(147승) 투수로서 충분히 욕심낼 수 있는 조건을 내걸지 않은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더라도 MLB 승격 기회를 얻을 수 있는 40인 로스터에 들 수 있다면 계약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여러 MLB 구단이 긴축 재정을 펴고 있다. 계약 속도도 예년보다 너무 더디다. 특급 FA 투수 트레버 바우어도 아직 계약하지 못했다. 각 팀이 1~3선발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4~5선발 후보급으로 분류될 양현종의 협상 순서는 뒤로 밀렸다. MLB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양현종이 40인 로스터를 보장받는 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2019년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던 양현종이 지난해 4.70에 그쳤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양현종의 자세는 전향적이다.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장 환경은 불리하기만 하지만, 그는 반전을 꿈꾸고 있다.
10년 전부터 양현종은 류현진(34·토론토),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과 함께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3총사로 꼽혔다. MLB에 먼저 진출한 두 투수도 쉬운 길을 간 건 아니었다. 류현진이 2013년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그가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따낼 거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김광현은 2014년 포스팅에 도전했다가 MLB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5년을 더 기다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했다. 당시 MLB 시장에서는 김광현 기량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사실상 고립 생활을 하며 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많은 이들이 김광현의 도전이 무모하다고 생각했고, 그의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뒤늦게 개막한 MLB 정규시즌에서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8경기(7차례 선발)에서 3승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호투한 것이다. 김광현의 성과는 동갑내기 양현종에게 자극이 됐을 것이다.
양현종의 승리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불리한 상황을 정면돌파할 만큼 건강과 기량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의 꿈을 위한 도전이다. 오래 기다려주신 구단과 팬들께 죄송하면서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