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많은 '곰'이 '쌍둥이'를 또 울렸다. LG에 올 시즌 처음으로 루징 시리즈(3경기 중 2패 이상)를 안긴 두산의 선봉장은 허경민(31)이었다.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허경민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1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허경민의 활약을 앞세운 두산은 잠실 라이벌 LG를 9-1로 이겼다.
허경민은 1회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 출루했다. 0-0으로 맞선 2회 2사 1·3루에서 LG 선발 투수 이민호의 오른발목을 맞고 튕겨 나가는 강습 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 타구는 결승타가 됐다. 이민호는 허경민을 시작으로 6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허경민은 선두타자로 나선 4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했고, 6-0으로 앞선 5회 초 1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그는 공격 선봉장과 해결사 역할을 모두 맡았다.
마침 이날 허경민의 아내와 딸(서우)이 잠실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멋진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허경미은 18일 LG전 종료 후 "딸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명(자몽이)으로 유니폼을 만들어 놓았는데, 오늘 그걸 입고 왔다"며 "팬들이 많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경기 중에 '많이 울음을 터뜨렸다'는 얘기에는 "야구장을 처음 방문했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익숙치 않았을 것"이라고 걱정하며 "아빠 좋은 날인데 아직은 야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서우는 내가 야구를 더 열심히 하게 하는 이유"라고 했다.
2018년 12월 결혼한 허경민은 지난해 7월 첫 딸(허서우)을 얻었다. 그리고 2020년 7월,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KBO리그 기자단이 선정하는 '월간 MVP'를 수상했다. 그는 월간 타율 1위(0.494), 최다 안타 1위(41개), 도루 1위(6개)를 포함해 7월 22경기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허경민이 득녀 이후 야구를 더 잘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허경민이 첫 딸을 복덩이로 여기는 것처럼, 두산 역시 허경민을 '복덩이 FA(자유계약선수)'로 생각할 만하다. 두산은 지난겨울 허경민과 최대 7년 총 85억원에 FA 계약했다. 내부 FA가 7명으로 많았던 두산은 허경민을 2021년 내부 FA 1호 계약으로 붙잡았다. 그만큼 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
허경민은 18일 현재 타율 0.345를 기록하고 있다. 물샐 틈 없는 수비도 선보이고 있다. 아울러 입단 동기 정수빈이 두산에 잔류하는 데 가장 정성을 들인 이가 바로 허경민이었다. 정수빈은 "허경민이 귀찮을 정도로 매일 연락해와 '두산에 남아 같이 뛰자'고 했다"고 말했다. 두산의 전력 유출을 막은 셈이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현재 온전한 전력이 아니다.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SG)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이적했고, 최근에는 부상 선수들이 연이어 나와 신음하고 있다. 주장 오재원(흉통)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다. 지난 16일 LG전에선 정수빈(내복사근)과 박세혁(안와골절)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재호는 출산 휴가로 팀을 잠시 비웠다.
주전 선수가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두산은 만만치 않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LG와의 시즌 첫 3연전에서 2승 1패로 위닝 시리즈를 거둬, 5할 승률을 돌파했다. 19일 현재 7승 6패로 상위권에서 경쟁 중이다.
특히 두산은 이번에도 LG의 상승세를 가로막고 다시 한번 '천적'임을 입증했다. 2015년 8승 8패로 맞선 뒤, 두산은 최근 5시즌에서 LG전 52승 2무 26패를 기록했다. 매 시즌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첫 맞대결에서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0-1로 졌다. 하지만 17일 KBO리그 데뷔 후 14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던 LG의 새로운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즈를 무너뜨렸다. 3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게 하며 5안타 3득점을 뽑았고, 결국 3-1로 이겼다. 18일 경기는 선발 투수 아리엘 미란다의 5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타선이 장단 16안타를 때려 LG 마운드를 폭격했다.
허경민은 안와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박세혁의 쾌유를 빌었다. 그는 "(박)세혁이 형이 19일 오전 수술한다. 나와 동생들이 잘하고 있을 테니 복귀를 서두르지 말고 더 건강강하고, 단단하게 돌아왔으면 한다"라며 "주전 선수들이 빠져 두산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젋은 선수들이 겨울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다들 더 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