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이 뉴욕 양키스에 이어 보스턴을 상대로도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류현진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디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MLB) 보스턴과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올 시즌 첫 무실점(5이닝 이상 투구 기준) 투구로 평균자책점을 종전 2.95에서 2.51로 낮췄다. 토론토는 8-0으로 승리했고, 류현진은 시즌 4승(3패)을 거뒀다. 최근 3연승, 보스턴전 통산 첫 승이다.
100점짜리 100구였다. 류현진은 핀포인트 제구와 현란한 공 배합으로 수 싸움을 주도했다. 특히 풀카운트 승부가 돋보였다. 총 7번의 풀카운트에서 6번을 범타(삼진 포함)로 유도했다. 첫 실점 위기였던 4회 초 1사 1·3루에서는 라파엘 데버스에게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커브를 던져 유격수 뜬공 처리했다. 후속 크리스티안 바르케스와의 승부에서도 시속 123~124㎞ 체인지업 2개를 보여준 뒤 더 느린 커브(시속 119㎞)로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야수 실책으로 선두 타자 출루를 허용한 6회 1사에서는 알렉스 버두고에게 낮은 코스 컷 패스트볼(커터)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풀카운트는 보통 타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본다. 투수가 유인구를 던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으니 보스턴 타자들이 조바심을 냈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뒤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글로 '류는 매혹적입니다'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BOSTON, MA - APRIL 20: Hyun Jin Ryu #99 of the Toronto Blue Jays pitches in the first inning of a game against the Boston Red Sox at Fenway Park on April 20, 2021 in Boston, Massachusetts. (Photo by Adam Glanzman/Getty Images) 이날 가장 큰 수확은 천적 관계를 끝낸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21일 등판한 펜웨이파크 원정에서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보스턴전 통산 전적도 2패 평균자책점 4.24로 열세였다.
류현진은 보스턴과의 첫 맞대결에서 J.D 마르티네스, 젠더 보가츠에게 고전했다. 1-0으로 앞선 4회 말 무사 1루에서 마르티네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고, 후속 보가츠에게 우월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보가츠에게는 앞선 2회 승부에서도 좌전 2루타를 맞았다.
리턴매치에서 류현진은 이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1회 초 1사 1루에서 3번 타자 마르티네스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4번 보가츠는 커터로 삼진을 잡아냈다. 보가츠는 낮은 코스 스라이크존에 걸친 공에 배트도 내지 못했다.
류현진 이후 마르티네스와의 4·6회 승부에서 각각 3루 땅볼과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두 번 모두 초구에 범타를 유도했다. 보가츠는 4회 초 1사 2루에서 내야 안타를 내줬다. 토론토 유격수 보 비셋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놓쳤다. 최초 기록은 실책이었지만, 이후 안타로 수정됐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데버스와 바스케스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보가츠의 안타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6회 초 세 번째 대결에서 다시 삼진을 잡아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을 던져 타격 자세를 무너뜨렸다.
류현진은 지난달 승부에서 적시타 1개를 포함해 안타 2개를 내준 9번 타자 바비 달벡과의 승부도 두 번 모두 이겼다. 이 경기에서 안타 2개를 내준 버두고도 세 번째 승부에서는 삼진으로 잡았다. 이 경기 전까지 리그 팀 OPS(출루율+장타율) 2위(0.772)를 기록한 보스턴은 이날 시즌 두 번째 영봉패를 당했다. 경기 뒤 류현진은 "모든 구종의 제구가 좋았다"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최강의 팀이 모여 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류현진의 '도장 깨기'가 이어지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양키스전 통산 4경기에서 1승2패·평균자책점 6.04로 부진했다. 그러나 4월 2일 개막전에서 5⅓이닝 2실점, 13일 두 번째 등판에서 6⅔이닝 1실점(비자책) 호투하며 오히려 양키스의 천적이 됐다. 이번에는 보스턴을 잡았다.
류현진이 두 번 이상 등판해 5점대 평균자책점 이상 기록한 팀은 디트로이트 1팀(8.59)뿐이다. 디트로이트도 데뷔 2년 차였던 2014년 7월 9일 등판에서 2⅓이닝 7실점하며 부진했지만,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2017년 8월 20일 재대결에서는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0경기 이상 등판한 팀 중 가장 약했던 콜로라도(평균자책점 4.85)를 상대로도 최근 나선 3경기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