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1(1부리그)에서 가장 핫한 이들은 '매탄소년단'이다. 수원 삼성의 유소년 팀인 매탄고 출신의 3인방 정상빈(19), 강현묵(20), 김태환(21)이 맹활약을 펼치자 이들에게 이 별명이 붙었다.
이들의 진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경기가 지난 9일 열린 14라운드 전북 현대전이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선발 출전해 수원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정상빈은 한 골을 넣으며 '대세'임을 증명했다. '절대 1강' 전북이 시즌 첫 패배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매탄소년단의 주가는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열흘 후 전북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홈에서 2연패를 당하며 2위로 추락했다. 전북을 4-2로 잡고 1위로 오른 팀은 울산 현대였다. 울산은 2019년 5월 12일 이후 739일 만에 전북전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이번엔 김민준(21)에게 당했다. 울산의 유소년 팀 현대고 출신으로 올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울산의 미래'라 불린다. 그의 잠재력이 전북전에서 폭발했다. 전반 8분 김민준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질주하며 전북 수비수 세 명을 따돌린 후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시원하게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운 강렬한 한방이었다.
경기 후 김민준은 매탄소년단에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매탄소년단 친구들이 전북을 상대로 잘하는 모습을 봤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민준의 시즌 4호 골. 득점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린 그는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다. 그의 경쟁자가 매탄소년단이다. 정상빈 역시 4골을 기록 중이다. 김민준은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평가받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고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상을 신경쓰는 것보다 울산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뛸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자 정상빈에 대해서 김민준은 "나는 그 나이 때 대학교에 있었다.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말한 뒤 "영플레이어상 경쟁을 해야 되는 건 맞지만, 그걸 의식하면 나의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난 승점 따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롤모델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수 리야드 마레즈다. 김민준은 "마레즈와 포지션이 같고, 왼발을 쓰는 것도 같다. 센스있는 플레이를 해서 좋아하는 선수다. 나는 고등학교 때 마레즈라 불렸다"고 웃었다. 이어 "마레즈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멋진 골을 넣어서 더 좋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울산 감독의 기대도 크다. 그는 김민준을 향해 "아주 장래가 밝은 선수다. 팀 내에서 좋은 선배들과 훈련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큰 경기에서 어린 선수가 득점한다는 건 본인과 팀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냉정한 조언도 던졌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껏 한국 축구에서 많은 유망주를 봤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축구 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야 한다. 지금이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