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 애슬레틱’은 9일(한국시간) 최근 활약중인 젊은 중남미 출신 선수들의 영입 비화를 전했다. 디 애슬레틱은 “2015~16 국제 계약이 역대 최고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당시 입단했던 선수들을 재조명했다. 매체는 “1년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평가한 1989년 이래 최고의 국제 계약은 1992~93년으로 당시 블라디미르 게레로, 데이빗 오티즈, 바톨로 콜론과 여러 올스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밟았다”면서 “그런데 당시 6위로 평가받았던 2015~16 국제계약이 1년 후 재평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이들 중 이미 신인왕, 3억4000만달러 유격수, 테드 윌리엄스와 비교되는 선수, 아메리칸리그 MVP 레이스 선두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올 시즌 활약 중인 요단 알바레스(24·휴스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2·샌디에이고), 후안 소토(22·워싱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의 이야기다. 알바레스가 2019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수상했고, 타티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3억40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소토는 커리어가 타격의 전설인 테드 윌리엄스와 비교되며 게레로는 잠재력을 만개해 MVP 후보로 꼽히는 중이다.
복권에 가깝다고 평가받는 국제계약인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평가 기회가 제한적이고 어린 나이에 계약하기 때문에 많은 국제계약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를 맛봤다. 물론 기대했던 진짜 재능이 만개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입단 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게레로는 모두가 성공을 예측한 선수였다. 슈퍼스타 아버지의 피 때문이 아닌 힘과 정확성, 선구안을 모두 갖춘 압도적인 타격 능력 때문이었다. 약점은 오직 체격에 따른 수비능력뿐이었다. 디퍼글리아 워싱턴 부사장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강력했다”면서도 “내셔널리그 팀 입장에서는 포지션과 체형이 문제였다. 과거 프린스 필더와 같았다”고 소개했다.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토론토는 달랐다. 당시 토론토 단장이었던 알렉스 앤소폴로스 현 토론토 사장은 도미니카를 수차례 찾아가며 게레로의 재능을 확인했다. 재능은 확실했고 토론토는 그해 전부를 걸었다. 토론토는 허용된 계약금 232만4100달러에 더해 LA 다저스와 트레이드로 국제계약금 한도 107만1300달러를 추가하면서 게레로의 계약금을 확보했다. 그해 토론토는 최종적으로 390만달러에 게레로와 계약했다. 한도 초과에 대한 벌금까지 440만달러(약 49억원) 이상이 오롯이 게레로 한 사람에게 투자된 것이다.
반면 계약 당시 타티스의 성공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70만달러(약 7억7900만원)에 계약했던 타티스는 입단 초기인 2017년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유격수가 아니라 3루수를 볼 확률이 높다”며 “체구가 작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계약 후 2인치(약 5㎝)가 더 성장한 타티스는 순식간에 수비력과 파워를 겸비한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유망주 랭킹을 석권하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밟는 중이다. 조니 디퍼글리아 워싱턴 부사장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타티스가 6피트 3인치(약 189㎝)까지 크고, 마이클 조던처럼 뛰며 제리 라이스처럼 달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약물검사 좀 받아보라고 했을 것이다”라고 평가가 크게 반전된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타티스를 뽑은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타티스를 처음 뽑았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스카우트 마르코 패디는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타티스 시니어가 아들이 유망하다고 평가해 연락 끝에 만났다”면서 “그는 아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니어보다 컸다”고 회상했다. 패디는 이어 “운동 능력이 좋았고 꽤 달렸다. 송구 동작이 좋았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고전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유망주에 대해 지켜보는 부분은 성장 가능성이다. 그는 계속 좋아지고 있었다”고 타티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계약했다고 밝혔다. 결국 타티스는 패디의 예측대로 성장한 셈이다.
계약 당시 평가는 전혀 달랐지만 둘은 올 시즌 만개했다. 최고의 타격 능력을 갖췄다던 게레로는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를 달리며 당당히 MVP로 떠올랐다. 계속해서 성장한 타티스는 백업 3루수가 아닌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했다. 동 세대인 소토, 알바레스와 1년 선배인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3·애틀랜타)까지 포함하면 무려 5명의 타자가 MVP급 커리어를 달리는 중이다.
새로운 세대에 의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디 애슬레틱은 “누가 최고인지 논쟁해보자”면서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은퇴할 때쯤, 야구 역사는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며 새로운 시대의 가능성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