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후반기 치른 36경기에서 평균 5.5점을 올렸다. 리그 1위 기록이다. 이 기간 팀 타율(0.275)도 10구단 중 가장 높았다. 짜임새 있는 공격력은 KT가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힘이다.
고민은 있다. 올 시즌 내내 '붙박이' 4번 타자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4번 타자를 맡았던 강백호는 3번 타순에 고정됐다. 그의 자리를 대신했던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는 개막 석 달 만에 퇴출됐다. 우리 나이로 마흔 한살인 유한준은 풀타임으로 4번 타자를 소화하기 어려웠다.
강백호는 3번 타순에서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그가 테이블세터가 만든 득점 기회에서 타점을 올리고, 후속 타자 앞에 추가 득점 기회를 열어주는 편이 낫다고 봤다.
4번 타자는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번갈아 기용했다. 이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장성우와 배정대도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장성우는 커리어 내내 하위 타순에 포진됐던 선수다. 주전 포수이기 때문에 체력 부담도 크다. 배정대는 발이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장타나 타점 생산을 기대받는 4번보다,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1·2번 또는 6번 타자가 어울린다.
리그 1위 KT는 이미 포스트시즌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단기전에서는 중심 타선에서 때려주는 장타가 경기 흐름을 바꾼다. 그래서 정규리그 남은 경기에서 4번 타순에 고정할 수 있는 타자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이 다시 4번 타자를 맡아주는 것이다. 알몬테의 대체 선수로 가세한 그는 8월 15일 삼성전부터 13경기 연속 4번 타자를 맡았다. 이때는 타율 0.163·출루율 0.263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하위 타순(6·7번)으로 내려간 9월부터 타격감이 좋아졌다. 출전한 17경기에서 타율 0.290·2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득점권에서 강했다. 18타수 9안타, 타율 0.500을 기록하며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타점은 이 기간 팀 내 1위였다.
호잉은 KT 입단 전까지 미국 무대에서 뛰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합쳐서 9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저하된 상태였다. 하지만 KBO리그 복귀 뒤 타석 수가 늘어났고, 점차 타격감도 좋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최근 호잉을 5번으로 전진 배치했다. 호잉은 18일 NC전에서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며 KT의 8-1 완승을 이끌었다. 21일 KIA전에서도 쐐기포를 쏘아 올렸다. 중심 타선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부담감도 극복한 모양새다.
KT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였던 지난해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 마운드를 상대로 4경기 평균 2득점에 그쳤다. 강백호와 유한준을 차례로 4번 타순에 투입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올해는 공격을 이끌어 줄 붙박이 4번 타자가 필요하다. 호잉이 KT 우승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을까. 호잉은 2018시즌 한화 소속으로 나선 준PO에서 타율 0.353(17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단기전에서도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