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시즌 K리그1파이널A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수원 삼성과 0-0으로 비겼다. 수원은 3연패 중이었다. 승점 1을 추가하는 데 그친 리그 2위 울산(승점 71)은 같은 날 승리를 거둔 선두 전북 현대(승점 73)와 격차가 승점 2 차로 벌어졌다. 전북은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대구FC 원정경기에서 홍정호, 문선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울산은 자력 우승이 불가능해졌다. 울산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최종 38라운드에서 반드시 이기고, 전북의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울산은 대구, 전북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맞대결 한다. 울산이 역전 우승하는 경우의 수는 사실상 한 가지다. 울산은 이기고 전북은 패해야 한다. 울산이 이기고 전북이 비길 경우엔 양 팀이 동률(승점 74)이 돼 다득점을 따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울산(62골)이 다득점에서 전북(69골)에 7골 뒤진 상황이라서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동준, 이동경, 이청용 등 베스트 멤버를 가동한 울산은 전반 초반부터 주도권 쥐었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도 먼저 잡았다. 전반 18분 울산 이청용이 수원 페널티박스에서 드리블 돌파하다 상대 수비수 헨리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동경이 키커로 나섰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이동경은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수원 골키퍼 노동건이 몸을 날려 골라인 밖으로 쳐냈다. 순간적으로 키커의 슈팅 방향을 읽은 슈퍼 세이브였다. 울산은 전반 21분 또 한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동경의 코너킥을 김기희가 헤딩슛으로 연결했는데, 수원 크로스바를 맞혔다.
수원도 기회는 있었다. 오른쪽 공격수 정상빈을 중심으로 역습 공격을 펼친 수원은 두 차례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전반 30분 정상빈의 패스를 받은 스트라이커 김건희가 페널티박스에서 슈팅이 울산 골키퍼 조현우의 품에 안겼다. 김건희는 3분 뒤 김민우의 패스를 받고 골문에서 조현우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이번엔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바람에 슈팅조차 해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진 건 전북을 따라잡아야 하는 울산이었다. 전반 내내 공격을 퍼붓고도 골을 넣지 못한 울산 선수들은 초조해졌다. 잦은 반칙을 범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울산 홍명보 감독은 후반 10분 이동경 대신 바코를 투입하며 흐름을 바꾸려 했는데, 오히려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12분 수원 역습 공격 상황에서 정상빈이 페널티박스에서 왼발 슈팅으로 울산 골망을 흔들었는데,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다급해진 홍 감독은 후반 22분엔 박용우 대신 특급 조커 윤일록을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때부턴 울산의 공격이 다시 살아났다. 후반 24분 원두재의 크로스를 이동준이 골문으로 쇄도하며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으나, 주심은 비디오판독(VAR)실과 대화를 주고받은 뒤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울산 원정 팬을 향해 골 세리머니까지 펼쳤던 이동준과 울산 선수들은 머리를 움켜쥐며 아쉬워했다. 울산 후반 29분 이청용, 후반 33분 바코, 후반 47분 윤빛가람 등이 슈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골문을 빗나가거나 골키퍼에 막혔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했다. 페널티킥 장면이 아쉬웠다. 득점했다면 경기를 리드해나갈 수 있었다. 부담감을 갖게 된 계기였다. 득점하지 못한 것 외엔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승점 2 차가 나지만, 마지막이 홈 경기고 홈팬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동메달을 따냈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코치로 홍명보 감독을 보좌해 박건하 수원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부담스러웠다. 승부라는 것이 선수들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는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홍명보 감독님에겐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