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셈은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국 미국으로 출국했다. 2021~22시즌 IBK기업은행 새 외국인 선수로 영입돼, 한국에 입국한 지 5개월 만에 짐을 싸 돌아갔다.
라셈은 영입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1m91㎝ 큰 키에 화려한 외모로 관심이 쏟아졌다. 라셈은 할머니가 한국인이다. 할머니의 고국에서 뛰게 된 그는 "그동안 와보고 싶었던 한국 프로팀 생활이 기대가 된다"며 각오가 남달랐다.
하지만 한국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라셈은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득점(199점, 8위)이 가장 적다. 득점 1위 GS칼텍스 모마(379점)의 득점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외국인 선수 가운데 둘째로 득점이 적은 KGC인삼공사 옐레나(283점)와도 차이가 컸다. 라셈은 성공률도 34.82%로 가장 낮았다. 서남원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외국인 선수 교체를 준비했고, 결국 11월 27일 교체가 발표됐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이뤄지면 퇴출을 통보받은 선수는 짐을 싸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라셈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자신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달리 산타나(미국)가 자가격리를 거쳐 경기에 출전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
라셈은 교체 통보 이후에도 4경기를 더 뛰었다. 팀을 떠나야 하는 잔인한 상황에 놓였지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코트에서 몸을 던졌고, 동료의 플레이에 함께 기뻐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그 역시 최근 돌아가는 팀 상황에 마음고생이 컸다. 성적 부진과 팀 내 불화 탓이다. 감독과 단장의 경질, 선수와 코치가 팀을 무단이탈하는 상황을 경험했다. 한국 땅을 밟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래서 팬들은 라셈이 좋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9일 KGC인삼공사전은 라셈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13일 출국이 확정된 뒤, 라셈은 통역과 함께 부산 여행을 다녀오며 잠시나마 기분 전환의 시간을 가졌다.
기업은행은 최근 서남원 감독, 윤재섭 단장을 경질했다. 김사니 코치 및 감독대행도 결국 3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났다. 또 지난 12일에는 조송화와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이별 과정은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 그 가운데 라셈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노력했다.
라셈은 "동료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응원해줘 계속 뛸 수 있었다. 또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V리그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