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출연 전후부터 연기에 대한 고민, 신드롬급 인기에 대한 소감 등을 쭉 듣고 있자니 마주 보고 있는 이가 이준호인지, 연기한 이산이 부활한 지 헷갈릴 정도였다. 역사에 의하면 워커홀릭에 가까웠던 정조나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이준호나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2PM 이준호입니다”며 자기소개부터 확실한 이준호에게 몇 마디를 건넸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인데 체감하나. “(왕처럼 웃으며) 하하하. 그 정도 인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아직 체감을 잘 못 느낀다. 드라마 사랑의 지표가 시청률로 존재해 ‘많이 사랑해주셨구나’ 확실하게 알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전역 후 복귀작인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원작 소설이 인기가 많아 부담도 됐을 듯하다. “대본을 먼저 보고 원작을 사서 읽었다. 원작은 덕임의 시선에서 묘사가 많았다. 대본 속 이산은 소설보다 좀 더 인간적으로 묘사가 됐고 매력을 느꼈다. 대본을 읽다 보니 멈추기 어려웠다.”
-원작에,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이고, 같은 인물을 연기한 선배들도 있다. 부담은 없었나. “사실 부담은 크게 못 느꼈다. 워낙 사랑을 받는 성군이기 때문에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도전정신이 가장 컸다. 선배들이 많은 스타일의 정조를 연기해 오히려 부담이 없었다. 친구 부모님이 정조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라고 해 거기서 괜히 부담감을 느꼈다. 나도 어떤 작품에 어찌 캐스팅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출연 결정 이후) 연기에만 신경 썼다.” -이준호만의 정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있었나. “감정의 폭이 다양한 정조를 만들고 싶었다. 세손 시절부터 정조 말년까지 오롯이 연기해야 하는 입장이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정 표현에 있어 늘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나중에 (드라마를) 정주행할 거다. 부족했던 것, 마음에 드는 것 등 참고할 것이 있나 살펴볼 거다.”
-마지막까지 이준호가 칼을 갈고 연기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캐릭터를 느끼려 노력했고, 대본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을 잊지 않으려 했다. 첫 감정이 꾸며내지 않은 연기라고 생각했다. 대신 내면적으로 정조의 아픔을 이해하려 했다. 촬영장에서도 세손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좌절감, 무력감을 최대한 빨리 캐치하려 노력했다.”
-사실에 기반한 엔딩이지만 여운이 꽤 오래갈 것 같은데. “촬영은 12월 21일에 종료했는데 여운에 잠겨 있다. 아직까지 엔딩에 갇혀있는 것 같다. 엔딩신은 꿈만 같았다. 엔딩신은 5~6부 방송 때 찍었다. 꽃이 지기 전에, 추워지기 전에 찍었다. 당시 촬영하며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렸다. 배우, 제작진 모두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감정을 가지고 현장에 있었다는 게 다들 작품을 사랑하고 있구나 싶어 여운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이산은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덕임은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산의 마음을 어떻게 유지했나. “덕임은 15년 동안 구애를 거절했다. ‘산이 왕이 되어서도 거절하는 이유가 뭘까? 분명히 덕임은 산을 사랑했을 텐데 왜 거절할까?’ 알면서도 표현하지 않는 상대의 입장 때문에 연기하면서 많이 답답했다. 리허설 때 ‘사랑하지 않는다’, ‘연모하지 않는다’는 대사에 상처받기도 했다. 덕임이 끝까지 (사랑한다)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사랑은 쌍방으로 이뤄졌을 거다.” -이산의 억눌렸던 세손 시절과 왕위에 오른 뒤 전후 차별점은 어떻게 뒀나. “세손 때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그저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5회 감정의 응어리가 확실히 폭발했다. ‘나는 이 나라의 왕세손이다. 언젠가를 위해 참고 견딘다’는 대사는 세손의 입지를 확실히 하는 표현이었다. 말이 주는 힘이 세서 대본에 없는 눈물 연기를 했다. 감독님께 감정을 일찍 격앙시킨 게 아니냐고 상의했다. 다행히 좋다고 했다. 왕이 되고 나서는 두려움이 한 꺼풀 벗겨진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세손 때 말투나 포즈를 최대한 자제했다면 왕 때는 과감하고 편안하게 호흡하고 말했다. 말년에는 더 편안하게 연기했다.”
-대본 연습을 오래 하던데. “계속 대본을 보면서 그 인물로 살려고 한다. 그만큼 인물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평범한 이준호로 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계속 이렇게 연기할 것이다.”
-기억에 남거나 몰입했던 장면이 있나. “은전군을 죽이고 만취해 난을 치는 신이다. 대본에는 엉망으로 난을 치고 덕임은 꿀물을 타러 간다고 돼 있다. 난 치는 순간부터 은전군을 보냈다는 감정이 진하게 나오더라. 복합적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다. 난을 그릴 때는 애드리브를 할 수 있었는데 선배들께 그림을 그리면서 NG가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