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종목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반구 국가 선수들이 24년 전 '쿨러닝'을 베이징에서 재현했다.
14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 1, 2차 시기. 주인공은 독일이었다.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어스텐 마르기스 조와 요하네스 로크너-플로리안 바우어 조가 각각 합계 1분58초38, 1분58초53으로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최하위권 팀들도 이들만큼 주목받았다. 이날 대회에 출전했던 브라질,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팀 선수들은 각각 29위, 30위, 27위에 머물렀다. 메달권과 거리는 멀었지만, 이들은 존재만으로 올림픽의 의미를 빛냈다.
이들은 모두 남반구 국가 소속인 선수들이다. 눈이 내리지 않고 썰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훈련하기 쉽지 않다. 같은 상황에서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야기는 영화 '쿨러닝'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베이징 대회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은 '쿨러닝' 주인공들의 후계자다. 캘거리 올림픽 이후 무려 24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성적은 최하위다. 1차 시기에서는 봅슬레이가 전복될 뻔했다. 1, 2차 시기에서 선두 조와 4.2초나 차이 났다. 4초 이상 차이 난 팀은 브라질과 자메이카뿐이다.
최하위라 할지라도 갖은 어려움을 뚫고 돌아온 트랙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자메이카는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세계 랭킹 1위 차이로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고가의 봅슬레이 장비 마련을 위해 온라인 모금을 노렸지만, 결국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해 중고 썰매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해외 훈련까지 어려워졌다. 결국 도로에서 자동차를 밀면서 훈련을 대체했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팀 역시 사연이 있다. 대표팀 봅슬레이 파일럿 악셀 브라운은 영국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 어머니의 나라인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로 출전을 결심했다. 그런데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는 그와 호흡을 맞출 브레이크맨이 없었다.
브라운은 소셜미디어(SNS)로 대체자를 찾았다. 빠른 스피드의 육상선수 출신을 찾다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체육 교사 안드레 마르카노의 SNS를 발견했다. 브라운이 마르카노를 끈질기게 설득한 덕분에 트리니다드 토바코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