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김혜성(23)은 이번 겨울 2루수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데뷔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GG)를 받았지만 과감하게 포지션 변경 버튼을 눌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팀도 살고 김혜성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김혜성은 2021시즌 실책이 35개로 리그 1위였다.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내 GG를 품에 안았지만, 수비 보완이 필요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은 수비 폭이 넓은데 3유간 긴 송구에 부담이 있었다"며 "KBO리그에 왼손 타자가 많아진 만큼 (타구가 많이 향하는) 2루 수비도 중요해졌다. 김혜성이 2루수로 들어갔을 때 5(3루수)-4(2루수)-3(1루수)이나 6(유격수)-4(2루수)-3(1루수) 더블 플레이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혜성은 "개인적인 생각보다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기대한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게 중요하다"며 "감독님과 팀에서 결정해 주는 곳에서 내 역할을 잘하고 싶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 랜더스 하재훈(32)은 투수조가 아닌 야수조에서 훈련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유턴파인 하재훈은 KBO리그 데뷔 시즌인 2019년 구원왕(36세이브)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잦은 부상에 공백기가 길어졌고 구단과 상의 끝에 외야수 전환을 선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통산 585경기(수비 4906과 3분의 1이닝)를 뛰었던 만큼 생소함은 크지 않다. 지난달 27일 열린 캠프 첫 자체 연습경기에선 결승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하재훈은 "5년 만에 잡은 방망이가 어색해 마음이 불안했다. (추신수 선배의) 조언 덕분에 큰 힘을 얻었고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는 계기가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조동화 SSG 외야 수비코치는 "타구 판단이나 송구 능력 모두 양호하다. 송구에서 포구로 이어지는 동작도 좋아지고 있는데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김태연(25)은 외야 수비에 집중한다. 그의 주 포지션은 3루지만 내야 유망주 노시환에 밀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전력이 약한 팀 사정상 2루수(34이닝) 3루수(228이닝) 좌익수(25이닝) 우익수(119이닝) 등을 번갈아 가면서 맡았다.
이번 캠프에선 전업 외야수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는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외야수 영입을 하지 않았다. 타격 능력이 좋은 김태연을 외야수로 이동해 전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전상열 한화 외야 수비코치는 1차 캠프를 마친 뒤 "포지션 변경이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3주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김)태연이가 잘 따라와 준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LG 트윈스 채은성(32)과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36)는 '1루수 겸업'을 선언했다. 두 선수 모두 주 포지션은 외야지만 팀 사정상 1루수 훈련을 겸하고 있다. 채은성은 오프시즌 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이 영입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LG는 내부 FA 김현수가 잔류했고 지난해 외야수 부문 GG를 받은 홍창기까지 건재하다. 팀 내 입지가 애매해진 채은성은 출전 시간 확보를 위해 1루수 연습에 한창이다.
전준우도 상황이 비슷하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전준우가 1루 수비를 본다면 더 강해진 라인업을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준우는 “외야와 1루 모두 잘 소화하면 선수 가치가 높아진다. 마음 편하게 임하겠다"고 도전장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