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규는 지난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1인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그는 6회 초 2사 3루에서 키움 이영준이 몰리게 던진 시속 139㎞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투런 홈런(비거리 115m)로 연결했다.
정민규에게는 의미 있는 홈런이다. 그는 지난해 시범경기 출전이 없었다. 1군 출전 경험은 쌓았지만 16타수 2안타(타율 0.125)에 불과했고 홈런은 없었다. 부산고 시절 장타자로 날렸던 명성을 1군 첫 해에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페이스가 조금 남다르다. 타율은 0.217(21일 기준)로 낮지만 타점이 9타점으로 리그 1위(21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안타 5개 중 장타가 3개(홈런 1개, 2루타 2개)로 고교 시절 받았던 기대에 조금씩 부응하고 있다. 20일 홈런으로 1군 경기 첫 공식 홈런도 기록하게 됐다.
정민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어제 경기가 끝난 후 김남형, 박윤 타격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신인이다 보니 변화구 승부가 많이 들어왔는데 기본부터 하자고 해주셨다. 그대로 하려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타점 1위에 대해 “KBO 홈페이지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잘 생긴 애가 한 명 있다. 정규시즌 때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며 "득점 찬스를 의식하면 몸이 굳어지더라. 타점보다는 좋은 타구를 만들고 다음 타자에게 연결하려 한다. 찬스가 긴장되기보단 재밌다"고 했다.
정민규는 지난해 1군에서 부진에 대해 “내가 부족했고 준비가 덜 됐다.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다”며 “막판 1군에 올랐는데 수비가 많이 약했다”고 했다. 올해 타격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 역시 단단히 준비했다. 그는 “송구가 약하다고 생각이 드니 잡을 때부터 몸이 경직되더라. 캐치볼 때부터 하나하나 집중했더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수에서 성장한 그는 올 시즌 한화의 1루수 후보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서 온 이성곤과 함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정민규를 놓고 “1루수 후보지만 어린 나이에 비해 타격 재능이 확실히 있고 꾸준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며 “수비 능력이 출중해 3루 등 여러 쓰임새도 있다. 지금처럼 타격 재능을 보여준다면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민규는 “아직 1군에 내 자리는 없다. 한 번도 주전 경쟁을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개막 엔트리에 들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 버티려고 노력 중”이라며 “타격에서는 변화구 대처법을 보완하고 수비에서는 좀 더 안정적으로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