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2년 차 내야수 유준규(20)를 향해 남긴 평가다. 실제로 그는 프로 무대 데뷔전부터 야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LG 트윈스의 경기. KT 지명타자 자리에 낯선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데뷔 처음으로 1군에 콜업된 유준규였다. 2021년 2차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다. 이강철 감독은 "주전 선수가 많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새 얼굴에 기회를 줄 적기다. 유준규는 방망이(타격)에 소질이 있다. 이름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유준규는 이 경기 2회 말 1사 1·2루에서 데뷔 첫 타석에 나섰다. LG 선발 투수 임찬규의 시속 136㎞ 낮은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걷어 올렸다. 배트 중심에 잘 맞은 타구가 나왔지만, 리그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에 잡히고 말았다. KT 홈 팬들의 함성과 탄성이 교차했다. 방송 중계 해설자로 나선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데뷔 첫 타석부터 자신 있게 초구를 공략한 유준규의 배포를 높이 샀다.
타격 자세도 눈길을 끌었다. 현재 리그에서 콘택트 능력이 가장 좋은 타자로 평가받는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뒷발(왼손 타자 기준 왼발)을 홈플레이트 가까이 붙이고, 앞발을 1루 쪽으로 넓게 빼는 오픈 스탠스를 취하면서, 배트를 잡은 두 손을 귀 부근에 딱 붙인 채 준비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딱 그랬다. 투수의 투구 동작이 시작됐을 때, 앞발을 뒷발 앞으로 끌어들인 뒤 스윙 타이밍을 잡는 방식과 폴로 스루마저도 흡사했다.
유준규는 4회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임찬규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치며 데뷔 1호 기록을 남겼다. 8회도 배재준의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 안타를 쳤다. 이튿날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안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하며 멀티 출루를 해냈다. 이강철 감독은 삼성 에이스 뷰캐넌의 체인지업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한 5회 두 번째 타석을 극찬하기도 했다.
유준규는 데뷔 첫 타석(19일 LG전)을 돌아보며 "박병호 선배님이 '퓨처스리그에서 잘해서 (1군에) 올라왔으니, 부담 갖지 말고 시원하게 (배트를) 돌려보라'고 조언하셨다. 직구 공략은 자신이 있었는데, 박해민 선배님에게 잡히고 말았다"고 웃어 보였다.
유준규는 타격 자세에 대해 "공이 맞는 배트 면적이 넓어질 수 있도록 타격폼을 만들었다. 방송 중계를 통해 이정후 선배님과 내 폼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후 선배님의 자세가 매년 변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려고 했다. 특히 투구에 타이밍을 맞추는 법을 유심히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교 시절부터 이정후 선배님을 좋아했다. 혹시 1군 경기에서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야구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배트도 한 자루 선물 받고 싶다"고 웃었다.
고교(군산상고) 시절 수준급 내야수였던 유준규는 입단 첫해였던 지난해 송구 중 실책을 범한 뒤 입스(yips·심리적인 이유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증세)가 생겼다. 당시 그는 야구가 무서웠다.
그러나 한윤섭 KT 퓨처스팀 수비 코치가 그런 유준규를 일으켜세웠다. 이후 하루에 400개가 넘는 송구 훈련 소화했다. 유준규는 "퓨처스리그에 있는 모든 코치님 덕분에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될 수도 있겠지만, 꼭 성장한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