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는 보통 소속팀이 1~3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1이닝을 막기 위해 등판한다. 리드를 지켜내며 쌓은 세이브 기록으로 가치를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올 시즌 김재윤은 조기 투입돼 아웃카운트 4개 이상 책임진 경기가 많았다. 5월 셋째 주까지 등판한 17경기 중 7번이나 1과 3분의 1이닝 이상 막았다. 2021시즌 같은 경기 수(17)에서는 2번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2021) 탄탄한 전력으로 통합 우승에 기여한 KT 불펜진은 올 시즌 5월까지 평균자책점 4.68(9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기존 필승조 일원이었던 주권과 조현우는 제구 난조에 시달렸고, 오른손 셋업맨 박시영은 지난달 12일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이탈했다.
KT는 간판타자 강백호가 오른 엄지발가락 골절상 탓에 5월까지 출전하지 못했다. 공격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불펜까지 흔들리다 보니 승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이강철 KT 감독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동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빨리 투입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김재윤은 5월 말 누적된 피로 탓에 고전했다.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볼넷 3개를 내주며 2실점 했고, 4-4 동점에서 나선 2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지난달 31일 SSG 랜더스전, 3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2-2 동점이었던 9회 등판한 5일 KIA전도 2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한때 4점대까지 찍었던 평균자책점도 6일 기준으로 3.71까지 낮췄다.
김재윤은 잦은 등판에 대해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마운드 운영에 어려움이 많으실 것이다. 내가 팀 승률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라도 등판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자주 격려하고, 내 몸 상태도 잘 챙겨주신다. 내가 없어도 누군가는 대체하겠지만, 이 자리를 시즌 끝까지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세이브를 올릴 수 없지만, 김재윤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등판해 불펜 소모를 줄여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팀 승리와 개인 기록까지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아웃카운트 1, 2개를 더 잡아내면 다른 불펜 투수들이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있다. 최근 (주)권이와 (김)민수, (박)영현이도 제 모습을 찾고 있다. 박빙 상황에서 승리하면 팀 분위기가 좋아지고, 상승세를 타면 승리하는 경기도 늘어난다. 그러면 당연히 세이브 상황도 자주 올 것이다. 결과적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전까지 등판 첫 이닝보다 두 번째 이닝에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조기 등판을 통해 더 많은 상황을 경험하며 배우고 있다.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개인적인 성취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