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처음으로 열리는 프로야구 올스타전(7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대표 투수 양현종(34·KIA 타이거즈)과 김광현(34·SSG 랜더스)이 차례로 1회 마운드에 오를 전망이다. 야구팬이 손꼽아 기다리던 선발 매치업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7일 올스타 '베스트12' 팬 투표 3차 집계 결과를 발표하며 "총 110만 198표를 얻은 양현종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팬 투표는 내달 3일까지 진행된다. 양현종이 남은 기간 1위를 유지한다면, 2013년 봉중근(당시 LG 트윈스) 이후 투수로서 역대 두 번째로 올스타 최다 득표 선수가 된다.
양현종은 투표 결과에 대해 "내가 아닌 우리(KIA)가 잘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관중 입장 제한이 풀린 뒤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주시고 있다. 나와 팀 모두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보니, 투표로 응원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KIA 선수들은 나눔 올스타(LG·키움·NC·KIA·한화) 전 포지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KIA의 팬 투표 싹쓸이만큼이나 올스타전 선발 맞대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드림 올스타(KT·두산·삼성·SSG·롯데) 선발 투수 부문은 SSG 에이스 김광현이 1위(102만 7364표)를 지켰다. 베스트12 최종 명단은 팬 투표 외에 선수단 투표(30%)를 합산한 결과로 결정된다. 양현종과 김광현이 무난히 '별들의 전쟁'에서 선발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1988년생 동갑내기인 양현종과 김광현은 2007년 KBO리그 데뷔 뒤 차례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다. 나란히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원투펀치를 맡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뛰다가 올 시즌 친정팀에 복귀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투수가 복귀한 뒤 KBO리그의 경기력과 인기가 함께 올라갔다. 이에 대해 양현종은 "저 때문일까요"라고 반문하더니 바로 "(김)광현이가 잘하고 있는 덕분"이라며 라이벌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팀과 개인 성적 모두 좋지 않은가. SSG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팬에게 잘하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우리 팀(KIA)도 마찬가지다. 지금 잘하고 있으니, '얼마나 더 잘할까' 하는 궁금증으로 경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투수의 올스타전 선발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 양현종은 "성사된다면 관심은 많이 모이겠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올스타전은 축제다. 그런 무대에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야구팬에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재밌는 경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느덧 두 투수 모두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양현종은 "광현이와 나 모두 개인이 아닌 팀의 승리, 그리고 후배들의 성장에 힘을 보탤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십수 년 동안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지만, 이제는 리그 발전을 위해 협업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양현종의 바람은 명확하다. 야구팬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려면 '광현종(김광현과 양현종을 합쳐서 부르는 야구 신조어)'이 모두 잘해야 한다는 것. 양현종은 "지난 16일 NC 에이스 구창모와 우리 팀 이의리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나도 이 대결이 너무 기대되더라.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이유로 프로야구가 가라앉지 않았나"라면서 "젊은 투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흥미 있는 대결이 많아지면, 야구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광현종'이라는 표현을 잘 알고 있다. 나와 광현이가 모두 잘하길 바란다. 그게 야구팬과 KBO리그를 위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신과 김광현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리그 대표 영건들과 멋진 승부를 보여주는 게 야구 흥행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얘기였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통산 6번 선발 맞대결을 펼쳐 2승씩 나눠 가졌다. 가장 최근 만남은 2015년 9월 26일 광주 경기였다. 두 선수 모두 정상급 투수가 된 뒤에는 맞대결이 없었다.
올 시즌 초반 KIA와 SSG의 첫 3연전(4월 8~10일)에서 둘의 등판이 겹칠 것으로 기대됐지만, 하루 차이로 엇갈렸다. 당시 앞서 김광현도 양현종과의 맞대결에 대해 "나도 (양)현종이도 부상 없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야구팬을 다시 경기장에 불러모을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