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김도영(19·KIA 타이거즈)이 신인왕 판도를 흔들 전망이다. 가장 부족했던 선구안이 나아지고 있다.
김도영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할 수 있었다. 시범경기 타율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한 그는 개막 첫 달(4월) 1할대 타율에 그치며 부진했고, 5월부터 백업으로 밀린 뒤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로 나섰다. 그러나 한 발 뒤로 물러서, 1군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 1일 SSG 랜더스전에서 데뷔 마수걸이 홈런을 치며 전환점을 만들었다. 7월 출전한 9경기에서 타율 0.300(30타수 9안타) 3홈런 5타점을 기록, 비로소 프로 무대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키(183㎝)에 비해 체중(85㎏)이 덜 나가는 편이다. 저연차 내야 유망주가 대체로 그렇다. 고교 시절부터 '5툴 플레이어'로 기대받을 만큼 펀치력이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홈런 2개가 있다.
김도영이 시즌 중에 갑자기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화, 근력이 급격하게 향상됐을 가능성은 낮다. 원래 홈런을 칠 수 있는 기술과 힘을 갖춘 선수라는 얘기다. 그럼 어떤 달라져서, 이전 58경기에서 홈런이 없었던 김도영이 9경기(7월)에서 3개를 몰아칠 수 있었을까.
그가 2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12일 잠실 LG 트윈스전 첫 타석이 그 변화를 대변한다. 김도영은 이 승부에서 LG 선발 이민호를 상대했다. 초구 슬라이더와 2구 커브에 스트라이크 2개를 허용하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이후 공 4개를 골라냈다. 3구 포심 패스트볼(직구)은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크게 빠졌지만, 4구째 같은 구종은 딱 공 1개 차이로 바깥쪽 보더라인을 벗어났다. 김도영이 잘 골라낸 것.
이민호는 집요하게 바깥쪽을 공략했다. 5구째도 같은 코스였다. 김도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풀카운트에서도 바깥쪽 낮은 코스에 내던 배트를 멈추며 볼넷을 얻어냈다.
김도영은 백업으로 밀린 뒤 "올 시즌 목표는 나만의 스트라이크존(S존)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가 프로 무대 투수들의 변화구에 고전하는 건 흔한 일이다. 김도영은 변화구 공략에 연연하기보다는 일단 S존부터 설정, 확실히 배트를 낼 공과 참을 공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깥쪽 낮은 코스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민호와의 승부가 그랬다.
김도영은 3회 초 2번째 타석에서 바깥쪽 직구를 골라낸 뒤 투수(이민호)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가운데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1사 1·2루에서 나선 4회 3번째 타석에선 몸쪽으로 파고든 투심 패스트볼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려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외야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이었다. 잠실구장에서 기록한 데뷔 첫 홈런이기도 했다.
이날 한국야구 레전드인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이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볼넷을 골라낸 김도영의 2회 타석을 보고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원래 타격 메커니즘은 큰 문제가 없었다. 투수의 구위에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 무대 투수들의 공 배합과 수 싸움에 대응하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선구안만큼은 확실히 향상됐다. 김도영이 KIA의 후반기 레이스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중고' 신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신인왕 레이스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