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승1무1패(승점4)로 일본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마무리했다. 목표로 했던 우승은 실패했고, 26일 최약체 대만을 상대로 4-0 승리했을 뿐 나머지 2경기에서는 2득점(3실점)에 그쳤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은 집중력 부족에 아쉬움을 삼켰다. 첫 상대였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로 팀을 짰다. 한국이 일본을 꺾을 절호의 기회였지만 수비 집중력이 무너져 2-1로 졌다.
2차전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슈팅 5-1(유효슈팅 3-0)의 좋은 경기 내용을 만들고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전반에 들어간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30분 이후에 실점했다.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집중력이 저하된 건 결국 체력의 문제가 크다.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은 “피지컬을 올리고 파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후반 30분 이후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소연 외에 해결사가 더 있어야 한다는 점도 여자대표팀의 여전한 과제다. 이번 대회에서 벨 감독은 지소연을 최전방이 아닌 2선의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했다. 지소연은 일본전의 터닝 슛 골과 같은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자신의 몫 이상을 했다. 다만 여전히 어린 선수들의 결정력과 시야가 지소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자대표팀의 진짜 목적지는 내년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다.
내년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한 여자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희망을 본 부분이 있다면, 그건 선수들의 열정과 팀워크다. 주장 김혜리는 “벨 감독님이 우리가 흐트러졌을 때는 강한 메시지를 남기다가도 힘들어할 때는 위로를 해주신다. 과연 어떤 감독님이 우리를 이토록 믿어주고 아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맙다”고 인터뷰에서 진심을 전했다. 그만큼 벨 감독 아래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벨 감독은 한국이 일본에 졌을 때는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지만, 중국과 비긴 직후에는 또 달랐다. 라커에서 그는 “아쉬움이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팀이란 걸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의 아쉬움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용하자”고 독려했다. 그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약점과 강점을 잘 파악했다”고 평가했다.
김혜리는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아쉬움으로 끝나면 안 된다. 이제 우리도 이기는 습관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대표팀의 과제에 대해 "선수 개개인이 더 강해져야 한다.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다 같이 공격하고 다 같이 수비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