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선동열(59) 당시 KIA 타이거즈 감독이 토종 에이스 윤석민(36)을 두고 한 말이다.
윤석민은 2011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정상급 투수였지만 한 가지 좋지 않은 버릇이 있었다. 투수로 향하는 타구에 습관적으로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을 내밀었다. 선동열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된 것 같은데 정말 위험하다. 나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본능적으로 (글러브를 끼지 않은) 오른손이 먼저 나올 수 있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감독이 아닌 야구선배로서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25일 에이스를 잃었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33)이 손가락 미세 골절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뷰캐넌은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2회 말 김준완의 투수 방면 타구에 오른 엄지를 맞았다. 강한 타구를 맨손으로 잡으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다. 타구가 손가락에 맞고 굴절돼 내야 땅볼로 아웃 카운트를 올렸지만, 그는 4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더 큰 문제는 부상이었다. 통증이 완화하지 않아 경기가 열린 서울 구로구 인근 병원에서 1차 검진, 대구로 이동해 2차 검진을 받았는데 둘 다 미세 골절 소견이 나왔다. 구단 관계자는 "복귀까지 4주 안팎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가까스로 13연패를 탈출한 삼성으로선 예상하지 못한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 뷰캐넌은 올 시즌 6승 8패 평균자책점 3.37을 기록한 삼성의 1선발이다.
투수가 타구를 맨손으로 잡는 건 무척이나 위험하다. 타자들의 힘과 기술이 향상되면서 타구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 2014년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의 홈런 트랙커(홈런 비거리와 타구 스피드 등을 측정하는 시스템)를 개발한 그렉 리발직은 "투수를 타격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 속도는 시속 100마일(160.9㎞)을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006년 투수 라파엘 소리아노를 가격한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타구 스피드는 시속 108마일(173.8㎞) 안팎이었다. 빗맞은 타구여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송일수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은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에게 "맨손 수비는 투수라면 절대 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니퍼트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승(102승) 기록을 보유한 투수지만 마운드로 향하는 강습 타구를 맨손으로 잡으려는 버릇이 있었다. 자칫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아찔한 장면도 여러 번 연출됐다. 송 전 감독은 "차라리 안타를 맞더라도 (타구에) 손은 절대로 대지 말라"고 했다.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은 "투수가 글러브를 끼지 않은 손으로 타구를 잡으려다 다치면, 자신도 손해 팀도 피해가 크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2014년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이 계속 맨손으로 타구를 잡으려고 하자 100달러(13만원)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투수의 반응이 '본능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우려, 벌금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했다.
투수에게 손은 '무기'다. 맨손으로 타구를 쫓는 건 자칫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뷰캐넌은 아웃 카운트 하나와 최소 4~5번의 선발 등판 기회를 맞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