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는 LX그룹과 한국여자야구연맹이 공동개최하는 '2022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이하 LX배)'가 열렸다. 15일과 16일, 22일과 23일 총 나흘 간 열리는 LX배는 2012년부터 이어진 전국대회로, 국내 유일의 기업 후원 대회다.
2012년 LG 전자가 후원사로 나서 첫발을 내디뎠으나 2018년을 마지막으로 대회가 중단됐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2020년 코로나19로 열리지 않다가 올해 LX그룹이 새 후원사로 나서며 4년 만에 재개됐다.
LX배는 여자야구 선수들에게 '끝판왕'으로 여겨지는 대회다. 기업이 후원하는 만큼 아마추어 대회로는 상금이 상당하고,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지원도 풍족하다. 대전 레이디스 소속 투수인 김보미는 "2012년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로 시작했을 때부터 선수들을 놀라게 한 대회였다. 그전까지 여자야구는 소규모로 대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LX배는 상금 규모와 상품도 크고 정말 많은 팀이 모였던 대규모 대회였다"며 "모든 여자야구 팀들은 전국대회를 LX배에서 우승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치른다는 느낌이 됐다. 결국 LX배에서 우승하기 위해 1년 동안 달려온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회가 4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되어 정말 고무적이다. 열리지 않게 될까 봐 많이 걱정했다. 코로나19로 열리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러다 그대로 대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넉넉한 지원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다. 리얼 디아몬즈 소속인 포수 이송이는 "LX배에 다시 참가하게 돼 정말 즐겁다. 경기마다 지원금이 나오고, 야구하면서 돈을 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원해준다"고 엄지를 세웠다.
상금도 크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가장 큰 메리트는 단연 시설이다. LG 트윈스 퓨처스(2군)팀이 사용하는 이천 LG챔피언스파크는 지난 2014년 개장했다. 퓨처스팀 중에서도 좋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사회인 구장 확보조차 쉽지 않은 여자야구 선수들에게는 프로 시설을 이용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송이는 "이렇게 좋은 경기장에서 할 기회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도 경기장은 있지만 이 정도로 좋지 않다. 시설이 좋더라도 공간이 좁아 경기 전 몸풀기가 마땅치 않아 아스팔트 위에서 풀어야 한다"며 "우리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러 오면서도 탄탄한 지원까지 받고, 구장까지 좋다. 정말 이런 대회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야구팀 비밀리에의 신연자 감독은 "LX배가 재개되어 굉장히 기쁘다. LX배 말고도 전국대회가 4~5개가 있지만, LX배는 대회 규모도 가장 크고 후원도 가장 좋았던 대회라 다시 열리게 되어 감사했다"며 "구장도 정말 좋은 곳을 섭외해주셨다. 이천 LG챔피언스파크는 전국대회 구장 중 가장 좋은 곳이다. 프로팀 훈련 구장이지 않나. 일단 이런 곳은 프로 시설이라 대관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
신연자 감독은 "프로 구장은 좋으면서도 여자팀이 뛰기 조금 크긴 하지만, 천연 잔디에서 경기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 타석이나 내야 흙 정비도 정말 잘 돼 있다. 이런 구장에서 뛸 기회는 LX배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개막전인 서울 후라와 인천 빅사이팅에서 후라의 선발로 등판했던 투수 이지숙은 "2018년 대회 때 처음 참가했는데 4년 후에 팀 선발 투수로 나오게 될 줄 몰랐다"며 "LG챔피언스파크는 마운드가 정말 깔끔하다. 일반 구장은 마운드가 깊게 파여있거나 높아 넘어질 위험이 있다. LG챔피언스파크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정말 좋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후라의 이종구 감독도 "LG 트윈스가 사용하는 잠실야구장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한다고 알고 있다. 최고의 운동장이 아닐까 싶다"며 "이런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여자야구 선수 전체의 복"이라고 기뻐했다.
여자야구 선수들에게 구장과 재정 문제는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이송이는 "여자야구를 하면서 가장 큰 고충이 구장 확보다. 재정이 충분한 팀은 좋은 구장을 찾아서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이른바 '생계형' 팀이라 시설 좋은 구장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라며 "상금이 있는 LX배 같은 대회는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 환영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보미도 "재정과 지원 문제는 팀마다 사정이 정말 다르다. 우리 팀의 경우 대전시 등에서 조금 지원을 받으면 구장을 구하고 훈련하기 쉬워지는 면은 있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팀이 자력으로 운영하려면 구장부터 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