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이제 ‘나 혼자’ 사는 시대는 지났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하는 ‘1.5 가구’ 세대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tvN ‘구기동 프렌즈’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재빠르게 반영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오랜 기간 혼자 살아온 개성 강한 동갑내기 남녀 연예인들의 동거 생활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시청자들에게 제시함과 동시에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지난 10일 첫 방송한 ‘구기동 프렌즈’에는 방송인 장도연과 배우 이다희, 최다니엘, 장근석, 안재현, 경수진이 출연한다. 남자 셋에 여자 셋. 어딘가 익숙한 성비 구조는 90년대 인기 시트콤이었던 MBC ‘남자 셋 여자 셋’을 떠오르게 해 반갑다.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80년대 중후반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이세영 PD는 “현재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인 연예인들을 섭외했다”며 “마흔이라는 나이가 상징적으로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을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대한 동갑내기들이어야 솔직하고 가감 없이 서로의 생활방식이나 다른 성향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tvN 제공 구기동 집에 들어서며 공유한 ‘입주 카드’에는 각자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불면증이 있는 경수진,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 장도연, 요리에 자신 있는 장근석, 그리고 말 가리는 게 조금 서툰 최다니엘까지. 개성 강한 출연자들의 만남은 걱정과 설렘이 공존했지만, 이들은 아침저녁을 함께하며 서로의 생활 패턴에 녹아들었고 점차 ‘가족’의 형태를 갖춰간다.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는 장면도 여럿이다. 스케줄이 있는 장도연을 위해 몰래 과일을 깎아둔 이다희나, 이다희의 기침 소리에 슬며시 가습기를 가져다 둔 장도연의 모습이 그렇다. 소란스럽지 않은 배려들이 쌓여가면서 이들은 어느새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시청률과 화제성도 순항 중이다. 3회 만에 최고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찍더니, TV-OTT 화제성 지표인 펀덱스에서도 꾸준히 톱10을 지키며 상승세를 탔다. 지금 같은 기세라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시청자들이 꼽는 이 프로그램의 필살기는 ‘편안함’이다. 여기에 ‘아시아 프린스’ 장근석의 헐렁한 푼수미, 막내 아들 같은 최다니엘, 은근히 엉뚱한 안재현이 뭉친 ‘브로맨스’가 신의 한 수로 통한다. 자칫 진지하게만 흐를 수 있는 관찰 예능에 예능적 감칠맛을 제대로 뿌려주니 밥 먹으며 가볍게 즐기기 좋은 ‘밥친구’ 예능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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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PD는 ‘구기동 프렌즈’에 대해 “함께 사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 짓기보다 실제 친구들의 동거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안에서 공존하는 장점과 불편함을 통해 또 다른 삶의 방식도 공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미지의 섬’에는 “섬을 보려면 섬을 떠나야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은 섬처럼 분리된 존재지만 삶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 고립에서 한발 멀어져야 한다는 역설이다. ‘자취’ ‘혼밥’ ‘혼술’이 흔해진 요즘, 예능계마저 ‘나 혼자 잘 살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역시 인간은 타인과 부대끼며 그 온기를 나눌 때 비로소 삶의 빈틈을 채울 수 있다.
고립된 섬에서 나와 서로의 일상에 스며드는 과정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유대감은 혼자일 때 결코 알 수 없는 생동감을 준다. ‘구기동 프렌즈’가 보여주는 소란스러운 동거는 단순히 예능을 넘어, 우리 시대에 잊혀가던 ‘함께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